애널리스트 입막으면 증시발전도 없다

지난 25일 현대백화점 장모 부사장이 자사에 불리한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후진적인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본지 2015년 6월 25일자 [단독] 현대백화점 경영진, 애널 협박 甲질 논란 “니가 뭔데 면세점 채점하나” 참조)

그동안 기업에게 불리한 보고서가 나올 경우 애널리스트 출입 금지, IR부서를 통한 공식적인 항의 등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보고서 삭제와 공개 사과, 더 나아가 법적 조치를 운운한 사례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26일 “이번 사건은 중소형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대기업 경영진이 보고서를 내리고 사과문까지 올리라고 해서 충격이 더욱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기관에서 이같은 보고서를 냈을 때에도 현대백화점이 전화를 걸어 항의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며 후진적인 문화를 질타했다.

한편 금융당국과 금투협 등 관련 유관기관들은 향후 애널리스트들이 외압에 시달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기업분석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리서치센터가 정당한 기업 분석 활동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상장기업들의 무리한 외압에 시달린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고 시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애널리스트들의 독립적인 기업 분석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관리 감독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말부터 매도 보고서 공시제를 실시중인 금투협 고위 관계자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에 의거해 기업분석을 할 경우, 허위 사실이 아닌 한 기업분석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기본 업무 존엄성을 지켜줘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며 “기업들도 선진화된 자본시장 문화에 따라 본인들의 입장에서 불리한 내용의 보고서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