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객 53명이 항공사를 상대로 집단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원고는 한국인 승객 27명과 중국인 25명, 한국에 사는 인도인 승객 1명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 등이 이들을 대리해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각자 27억원∼5천500만원씩 총 342억8천여만원을 청구했으며, 신체감정 등 추후 감정절차를 통해 청구금액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배상받을 수 있는 범위와 금액 등 모든 사항에 대해 사고 발생지이자 자신들이 신체적·정신적·재산적 손해를 입은 곳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주법을 기준으로 판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무엇보다 조종사들이 샌프란시스코 공항 접근 당시 적절하고 안전한 고도와 비행속도를 유지하지 못했고, 자동비행지시시스템(AFDS)과 자동엔진출력 조정장치(오토스로틀)를 적절하게 작동시키지 못해 충돌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승객들은 척추 손상, 골절, 타박상, 찰과상 등 신체적 부상과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등 정신적 피해와 더불어 배우자 관계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도 손해배상 청구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비즈니스석 승객과 조종사, 기내승무원은 어깨와 골반부분 위로 매는 안전벨트를 사용했지만, 나머지 모든 승객은 골반부분 위로만 매는 안전벨트를 제공받았다"며 "골반방식 안전벨트로는 이번 착륙사고에서 승객들이 입은 여러가지 부상을 방지하기에 불충분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탑승했던 아시아나항공 보잉 777-200 여객기는 2013년 7월6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이로 인해 승객과 승무원 307명 중 중국인 10대 승객 3명이 숨지고, 180여 명이 부상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지난해 6월 사고 주원인이 조종사 과실이라고 밝혔다. 항공기의 오토스로틀과 자동 조종장치의 복잡성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들 원고가 낸 소장 내용 중 특이점은 말미에 "굳이 조속한 시일 안에 변론기일을 열 필요가 없다는 점을 귀 법원에 말씀드린다"고 밝힌 부분이다.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사고 발생 2년 안에 소송을 내야 하기 때문에 소장을 접수했지만, 현재 원고들과 아시아나항공이 피해보상 협의를 심도 있게 진행 중이라서 잘 해결되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의미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사고 관련 소송 수십 건이 미국 법원에도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 45일 운항정지 처분 취소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