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쿡방·먹방’과 한국 음식

입력 2015-07-0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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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며칠 전 TV 리모컨을 놓고 아내와 다퉜다. 나는 다큐멘터리나 역사 프로그램을 주로 보는데, 아내는 요리 프로그램을 열심히 시청한다. 별 재미가 없는데 아내는 ‘쿡방’과 ‘먹방’이 대세이니 이 프로그램을 보라는 것이다.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이고, 쿡방은 요리하다는 뜻의 ‘쿡(Cook)’과 ‘방송’의 합성어라고 한다. 최근 방송사마다 다양한 ‘먹방’과 ‘쿡방’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이 레시피뿐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 음식에 얽힌 역사, 유래를 들려주며 먹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배우는 즐거움까지 준다.

방송에서 음식이 화제를 모은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한류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류와 한식 열풍을 불러온 대장금은 방영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있다. 대장금에 등장한 한식을 맛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는 외국 관광객들도 있다. 한국 드라마가 많은 한류스타를 배출했고 콘텐츠 수익도 엄청나다. 한국 식품에 대한 외국 소비자들의 관심도 증대된다. 중국에서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들은 드라마에 등장한 먹거리 ‘치맥(치킨+맥주)’에 환호하면서 ‘치맥 열풍’이 일었다. 중국 내 한국식 치킨점 매출액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치킨점에 중국 소비자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라면을 먹는 장면이 등장하자, 중국 최대 온라인그룹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라면 매출이 6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드라마에 이어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도 중국, 동남아 등에 많이 수출된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챙겨 보는 현지인들도 많다. 쿡방, 먹방의 인기는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높일 좋은 기회다. 한국 드라마, 영화, K-pop 등 한류 붐의 확산으로 우리나라 농식품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크게 증대됐다. 한국 농식품도 한류 열풍을 수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중국 최대의 온라인 수입식품 매장인 ‘1호점’에서 이벤트를 개최했다. 한류스타 김우빈씨가 팬미팅 입장권을 제공하는 이벤트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식품 매출액이 74%나 급증했고 고객수도 35% 늘어났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 방송콘텐츠와 연계된 마케팅 활동이 한식과 한국 농식품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화 콘텐츠, 스토리텔링이 마케팅과 결합되면 농식품 수출은 앞으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류 열풍의 다음 타자는 한국 음식이다. 문화도 요리로 표현하는 시대다. 방송 콘텐츠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려면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와 트렌드를 강조해야 한다. 길거리 음식부터 고급 한식까지 차별화된 메뉴를 개발하고, 스토리가 있는 문화로 접근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프랑스 미식 평론가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했다. 개인의 품격이 먹는 음식으로 판가름 나는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브리야 사바랭은 “한 국가의 운명은 그 나라가 식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말도 남겼다. 먹는 음식으로 국가와 국민이 평가된다. 최근 박규호 한전 부사장이 펴낸 ‘소담한 생각 밥상’을 흥미 있게 읽었다. 공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경험을 음식과 요리, 식문화로 풀어냈다. 먹는 음식과 식습관으로 사람과 국가, 사회를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음식에 대한 사랑처럼 진실된 사랑은 없다”고 했다. ‘쿡방’과 ‘먹방’의 인기는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인간생활의 기본요소인 의식주 중에서도 으뜸이 식생활이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준이 아니라 식문화를 즐기는 시대다. 방송 콘텐츠에 불고 있는 음식 열풍을 한국 농식품, 나아가 한국 식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기회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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