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추경예산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입력 2015-07-0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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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자유경제원장

메르스 사태로 인해 한국경제가 더 어려워졌다. 이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정책 수단이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리는 방법이다. 올해 예산 규모는 이미 연말에 정해졌으니 예산 규모를 지금 바꾸자는 것이다. 이를 추가경정예산이라 하고, 줄여서 ‘추경예산’이라 한다. 물론 국회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국회의 반대는 거의 없었다. 소위 경제전문가들도 경기활성화를 위한 추경예산 편성에 대해선 대부분 긍정적이다. 이번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경예산 규모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추경예산에 대해선 반대가 거의 없으므로, 매년 추경예산을 편성하게 된다.

추경예산이 정치권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늘어난 예산의 부담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돈을 더 풀게 되나, 부담 주체는 없으나, 증가한 예산만큼 누군가는 혜택을 받으므로 정치권에선 이처럼 좋은 정책이 없다. 그러나 추경예산은 본질적으로 낭비될 수밖에 없는 속성이 있다. 일반 예산을 편성할 때는 예산이 필요한 집단들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예산당국을 설득해야 한다. 설득하지 못할 경우엔 모두 예산당국에서 칼질 당한다. 그래서 실제로 요구하는 예산액수 중에서 협의과정에서 반 이상이 모두 거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추경예산은 지출해야 할 액수가 먼저 정해진다. 이번에도 15조원을 더 지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곳에 지출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상은 없다. 단지 메르스 극복지원, 가뭄대책, 서민생활 안정 등으로 원칙만 밝힐 뿐이다. 이제 추경을 노리는, 많은 이해집단들은 공짜예산을 경쟁적으로 얻기 위해 정부에서 만든 원칙에 충실한 서류작업에 몰입할 것이다. 따라서 추경예산은 본질적으로 낭비될 수밖에 없다.

추경예산은 공짜가 아니고, 누군가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당대일 수도 있고, 우리 자식세대일 수도 있다. 단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을 뿐이지, 반드시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 자식세대의 부담은 국가채무로 나타난다. 국가채무가 높아지면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발전하기 어렵다. 빚 많은 가계가 부자되기 어려운 것과 같은 논리다. 문제는 자식세대의 부담을 높여서, 미래 국가발전을 어렵게 하면서, 추경예산의 가치가 있는가이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추경예산에 찬성하는 이유는, 경제학자들이 공부하는 주류경제학 체계가 케인스 이론을 중심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수식으로 보면, 정부지출을 늘리면 누군가의 소득이 높아지므로 경제활성화에 효과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효과가 정부지출 액수보다 낮으면, 경제적으로 낭비가 된다. 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개념이 ‘재정승수’다. 1보다 높으면, 케인스 이론이 지지를 받겠지만, 1보다 낮으면 추경하지 않는 게 낫다. 한국 자료를 사용한 실증연구 결과에 의하면, 0.8로 나타났다. 또한 정부 추경안에선 민간고용을 높일 수 있다고 했지만,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공공부문 고용은 늘어나지만, 민간부문 고용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케인스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정부지출 확대 정책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한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와 같은 경제외적 충격을 받을 때, 어려워진 경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추경예산은 가장 손쉬운 정책수단이다. 그러나 추경예산은 경제성장을 위한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다. 정부가 돈을 더 많이 풀수록, 국가경제가 더 발전한다는 논리는 허깨비일 수가 있다. 모든 정책에는 비용이 따른다. 추경예산을 편성하되, 추경예산으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리게 되는 사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가장 큰 비용은 우리 경제의 장기성장 기반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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