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라는 특수한 조건이 빚어낸 위기지만, 한국에도 몇가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교훈은 첫째, 채무를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스의 국가 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7배에 달한다. 부채가 많은 만큼 국가 신용등급은 떨어졌고 가뜩이나 재정적 여유도 없는데, 많은 돈을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한국의 경우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3년 연속 예상보다 적은 세금이 걷혔다.
두 번째로 그리스에는 총 130여개의 연금이 난립해 있고 조기 퇴직자에게도 퇴직연금을 일괄 지급하는 복지 제도가 있는데, 이런 복지 시스템이 위기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80년대부터 신민당과 사회당이 교대로 집권하면서 표를 얻기 위해 좋다는 기초보장제도는 모두 도입하면서 연금제도는 비대해졌다. 한국도 기초연금 등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세 번째로 튼튼한 제조업 기반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이번 그리스 사태를 통해 확인됐다. 그리스는 제조업의 비중이 전체 GDP의 5.7%에 그친다. 나머지 90%가 관광과 해운업 등 서비스업이다. 이에 따라 유로존 가입 이후 제조업 강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출로 인한 혜택을 보지 못했다. 또 취약한 제조업 기반 때문에 위기 극복의 돌파구도 찾지 못했다.
한국은 갈수록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특히 중국 제조업의 빠른 성장으로 한국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네 번째로 그리스 위기의 밑바탕에는 만연한 부정부패와 탈세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그리스는 174개국 가운데 69위를 기록했다. 공무원의 부정부패는 탈세를 더욱 부추겼다. 한국 여깃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이 62.7%에 그치고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가 끊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리스 공공부문의 비대화가 재정에 지속적인 부담이 됐다. 제조업 기반이 없어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는 그리스로서는 공무원 확충은 손쉽게 실업률을 줄이는 방법이었지만 정부 재정에는 큰 부담이 됐다. 퇴직 후에도 보수의 95% 이상을 연금으로 지급했다.
한국은 정부 수립 이후 공무원 수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 100만 명을 넘어섰다. 한번 늘린 공무원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재정 전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