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 국회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
그런데 예의 ‘소방차로 물대기’식 정부정책이 또 다시 나왔다. 정부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및 가뭄 피해 대책 추가경정예산안에 끼워온 세입추경이 말썽이다. 정부의 추경카드가 메르스와 가뭄으로 타격을 입은 내수침체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은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12조원이란 큰 규모의 추경안을 보름 만에 뚝딱 빨리도 만들었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만성적인 세수부족을 이유로 메르스, 가뭄과는 아무 상관없는 5조6000억원의 세입추경을 딸려 보냈다.
새누리당 정권의 세수부족 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 2014년 10조9000억원에 이어 올해까지 합치면 4년 연속해서 세수부족이 일어났다. 특히 작년 10조9000억원의 세수부족은 IMF 위기였던 1997년의 8조6000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나라의 곳간에 이렇게 구멍이 나고 있는 것은 MB정부의 법인세 인하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작년 정부는 법인세수를 46조원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3조3000억원이나 부족해 전체 세수부족분의 30.2%가 법인세에서 발생했다. 이는 소득세 세수부족분의 3배에 달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법인세를 정상화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박근혜 정부가 만성적인 세수부족사태와 적자재정을 방관하는 이유가 혹시 새누리당의 복지구조조정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 복지는 구조조정을 운운할 만큼 성숙해있지 않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우리나라의 2014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공공 사회복지지출의 비율은 10.4%로 28개 국가 중 꼴등이다. OECD 평균 21.6%의 절반도 안 된다. 조세의 소득재분배 개선율을 보아도 OECD 평균이 34%인데 반해, 우리는 10.1%에 불과하다.
우리 주변에 수많은 88만원세대, 노인빈곤층 등 복지대상자들이 제대로 된 생활을 못하고 그로 인해 내수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추경예산의 주요 사용처가 아직도 1930년대식 토건사업과 재벌대기업인 것도 한심한 노릇이다. 일본이 1990년대에 경기를 살린다면서 전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었다가 장기침체에 빠진 것을 보고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한다.
이제는 복지지출확대를 통해 내수를 살려야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부분을 포함한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에 1만큼의 예산을 투자했을 때 경제성장 유발계수는 0.7인 데 비해, 사회복지투자의 경제성장 유발계수는 0.9였다. 복지지출이 재벌대기업에 지원해주는 것보다 경제성장에 유리한 것이다.
지난 MB정부 5년 동안 재벌대기업에게 깎아준 세금은 70조원에 이른다. 법인세율 최고세율을 다시 환원해서 그 재원으로 복지를 늘리고, 내수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 이제 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현재의 경제 활력과 미래의 수요를 위한 투자이다.
가뭄이 든 논에 소방차로 물대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지금의 재정위기와 내수침체를 극복하는 길은 소방차로 물대기식 세입추경이 아니라, 법인세 정상화를 통해 복지를 확대하고 내수시장을 살리는 근본적인 처방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지적해둔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 국회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