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희의 노크] 그리스 의회 현명하게 의사봉 두드리길

입력 2015-07-1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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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의회 앞에서 시민 2명이 각각 그리스 국기, 유럽연합(EU) 상장기를 들고 흔들고 있다. (사진출처=AP/뉴시스)
그리스에 또 한 번 운명의 아침이 밝았다. 한국시각으로 15일 오후 3시 현재, 그리스의 시곗바늘은 15일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앞으로 15시간 이내에 그리스 3차 구제금융 지원의 전제조건인 개혁안을 의회에 입법처리 해야 한다. 돈을 빌려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이 며칠 전 17시간이 넘는 마라톤회의 끝에 “그리스가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는 이유로 이 같은 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의회에서 입법을 거부한다면? 그리스의 시곗바늘은 치프라스 총리가 당선됐던 올해 1월이나, 아니면 그보다 훨씬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각국의 외신들은 그리스 정부가 개혁안 의회 입법에 실패할 것이란 내용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가 속한 시리자(급진좌파 연합)의 내부 분열”, “치프라스 총리의 실각” 등 그 내용도 다양하다.

그리스 개혁안 입법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5일 후가 상환 만료일인 유럽중앙은행(ECB)에 진 채무 35억 유로(약 4조4000억원)를 갚을 수 있느냐, 못 갚느냐에 대한 논란이 치열하다.

그러나 그리스도, 엄격한 ‘잣대’를 대는 국제통화기금(IMF)도, 치프라스 총리를 밀쳐내려고 하는 시리자 당원들이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한 듯하다. 그리스가 갚아야 할 빚이 ECB 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스의 부채 상환 만료일이 올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그리스의 부채 현황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는 40여 년 뒤인 2054년 4월 28일이 상환 만료일인 부채도 떠안고 있다. 이 채무는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시행했을 때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빌린 63억 유로다. 기관 및 기금 출처를 불문하고 채무 항목 건수만 따졌을 때 총 306건에 이른다.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이 왜 절실한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3차 구제금융은 그리스가 흙 먼지를 툭툭 털 수 있는 기반이다. 3차 구제금융이 불발된다면 지금의 그리스 어린이들이 40년 후,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은행 앞에서 일일 인출금을 뽑으려고 기다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연금을 받으려고 은행 직원들과 언쟁을 할 수도 있다. 요새 외신들이 전하는 그리스 보도사진을 접했다면 이 같은 상상을 단순히 억측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스 속담 중에 ‘행동은 재빠르게 생각은 천천히’라는 문구가 있다고 한다. 그리스 의회가 현명한 판단으로 의사봉을 두드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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