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ㆍGPS 등 200여 품목 무관세 적용 합의…한국 주력 디스플레이ㆍ배터리는 제외
글로벌 IT제품 무역장벽이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에 와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이 글로벌 IT제품 200여 종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2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 14~18일 개최된 WTO 산하 정보기술협정(ITA) 대사회의에 참석한 54개국은 IT 제품 무관세 적용 협상에 잠정 타결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1조 달러(약 1150조원) 규모의 IT제품이 관세철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글로벌 IT제품 연간 교역량 4조 달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이 이번 주 정식으로 협정서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ITA는 지난 1997년 발효됐으며 약 80개국이 2012년부터 약 200여 품목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ITA 협상을 진행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당시 중국과 ITA 적용대상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 중국과 유럽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지지부진하다가 지난 주말 회의에서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타결이 이뤄지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호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합의의 기초를 마련했다”며 “협상 타결에 매우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반도체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비, 비디오게임 콘솔, 프린터 잉크 카트르지 등이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한국은 당초 주요 수출 품목인 LCD디스플레이와 리튬이온배터리 등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미국과 중국의 타결안에 반대해왔다. 유럽연합(EU)도 연간 2000만 달러 교역 규모의 아날로그 자동차 라디오를 놓고 중국과 이견을 보였다.
그러나 협상 당사국 모두 이번에 타결되지 않으면 ITA가 실패할 것이라는 분위기 속에 반대를 철회했다고 FT는 전했다.
이번 잠정 타결안은 ITA에 참여하는 80개국에 보내져 검토를 거쳐 오는 24일로 잡힌 데드라인 이전에 최종 승인될 예정이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주요 당사자들이 지난 주말 협상에 참여했기 때문에 승인은 절차상의 문제일뿐 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프로먼 USTR 대표는 “모든 참가국이 WTO의 18년 만에 첫 관세철폐 협정에 서명할 것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EU도 “참가국들이 24일 데드라인 전에 서명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존 노이퍼 반도체산업협회(SIA) 대표는 “최근 며칠간 이뤄진 제네바 협상에서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는 필사적인 분위기가 매우 명확했다”며 “한국이 포함되길 바랬던 OLED TV와 다른 디스플레이 등이 협정 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IT제품에 대한 글로벌 무역 장벽을 상당히 제거했다. 이는 완벽한 협정은 아니지만 매우 좋은 협정”이라고 설명했다.
ITA 당사국은 오는 9월 단계적인 관세 철폐 일정 논의를 거쳐 연말까지 최종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