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출연한 김소현, 남주혁, 육성재 등과 실제 호흡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조수향은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김소현과 명장면을 꼽았다.
“옥상에서 태광이(육성재 분)와 함께 처음으로 은비를 알아보는 장면이 있었어요. (김)소현이도, 저도 몹시 밀도 있는 분위기를 느꼈어요. 화면에도 그 긴장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더라고요. 정말 잘 나왔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두드러진 존재감을 발휘한 육성재와 호흡도 유쾌했단다. 조수향은 “툭툭 튀어나오는 애드립들이 있다. 저도 그런 편인데, 육성재는 반응이 바로 오는 친구였다. 촬영에 돌입하면 기운이 확 달라지면서 에너지가 바로 느껴졌다”고 언급했다.
특히 태광은 은비를 두둔하고, 그녀의 강력한 편이 되어주었던 인물. 소영과 정면 대립은 피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반 친구들이 다 있는데서 제가 수모를 당하고 있는데, (태광이) 얄미운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어쩌겠나. 그럴 때는 얄미운 걸 떠나서 ‘내 편이 하나도 없구나’란 느낌이 들었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후아유 학교 2015’ 팀과 함께한 종방연 때도 우울해서 모니터를 잘 보지 못 했다”는 조수향. 악역을 맡은 배우로서 고충을 여실히 겪었다. 그만큼 이번 작품은 그녀를 각인시키는데 주효했을 뿐 아니라,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됨에 분명했다.
“맞아요. 멘탈(정신)이 성숙해진 기분이에요. 연기를 공부하다 이렇게까지 많은 분의 시선을 받아본 건 처음이다 보니 놀랍고 버거운 것도 있었지만, 더 강하게 마음먹고 꾸준한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지난해 영화 ‘들꽃’으로 데뷔하자마자,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조수향이다. 예고 시절부터 독한 마음으로 연기 공부를 했다는 그녀는 ‘꾸준한 연기자의 길’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도 사실 늘 흔들려요. 배우라는 것에 대해서. 직업으로 배우라는 두 글자를 써야 하는데, 늘 고민되는 것 같아요.”
은연 중에 내비친 그녀의 속내는 진실했다. 그런 그녀는 최근 우연히 사석에서 만난 선배 연기자 정유미와 대화를 잊을 수 없는 값진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신기해서 벌벌 떨었어요. ‘궁금한 게 있는데요’라며 인터뷰를 했을 정도예요. 껄끄러울 수도 있는데 답변을 잘 해주시는 거예요. 그 분의 생각을 들으면서 소름이 끼쳤어요. 스스로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실제로 뵈니 더욱 매력적인 분이에요. 그래서 ‘감독님들이 많이 찾으시는구나’ 싶었지요. 자신을 향한 믿음이 없다면 이 일을 못 할 거예요.”
자신을 “솔직하고 단순한 성격”이라고 설명한 조수향은 “친구들과 닭발에 소주 한 잔하는 걸 즐긴다”고 말했다. ‘후아유 학교 2015’에 출연하는 동안 닭발과 음주를 삼갔다는 조수향. 탄탄한 캐릭터 소화력을 떨친 ‘후아유 학교 2015’의 소영과는 이제 기쁜 마음으로 이별 완료다. 그리고 배우 조수향의 결코 작지 않은 발걸음이 다시 시작된다.
“소영이를 떠나보내게 돼 너무 기뻤어요. 누군가에게 마음 열어본다는 걸 모르는 앤데, 이제 조금 (마음을) 조금 열어본 거예요. 소영이의 ‘대단한 시작’인 것 같아요. 지금부터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저 또한 소영이를 만나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시청자의) 별 것 아닌 위로의 말들이 큰 힘이 됐지요. 누군가 지켜봐주고 응원을 해준다는 게 고맙더라고요. 팬이 생길 거라한 번도 생각 못 해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