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의 금호산업 인수전, ‘보이지 않는 손’ 개입 의혹

입력 2015-07-2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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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미래에셋 ‘시장가 3배’ 예상밖 매각가 제시… “다른 기업에 재매각 염두” 분석

“주당 5만9000원, 시장에선 왜곡된 가격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시장의 예상을 깨고 1조213억원의 매각가를 제시하자 나타난 투자은행(IB) 업계의 반응이다. 사실상 주당 5만9000원, 1조213억원은 박 회장 자체 신용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자금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제3자에게 재매각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채권단과 박 회장과의 매각 절차에‘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으로 금호산업 인수전이 또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 고위 관계자는 “매각가격 산출과정에서 다른 채권은행의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았고,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의 금호산업 실사도 완전히 무시했다”며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과 단일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만이 시장의 예상을 깬 매각가 산정은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충분한 의심이 들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업은행이 헐값 매각이라는 우려에 미래에셋에 사실상 매각 전권을 위임했다고 할 수 있지만,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30~40%에 또다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최종 거래 가격을 도출한 상황에서 국책은행으로 시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 입김에 채권단과 박 회장과의 거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호남에 뿌리를 둔 마지막 대기업이라는 점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여전히 다른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 뒷배경이다. 박 회장과 채권단이 연말을 목표로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추가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지만 시장가의 세 배 넘는 가격 제시는 이 같은 전망을 어둡게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호산업 지분을 8.8% 보유해 단일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의결권 기준으로 15%에 해당, 금호산업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 영향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성진지오텍 지분 매각 특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왜곡된 가격이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 기관은 지난 2010년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이 포스코에 지분을 넘길 때 지분을 매각했다. 산업은행은 신주인수권부사채 445만여주를 전날 종가인 1만500원보다 싼 9600원에 팔았다. 미래에셋운용은 포스코가 전 전 회장으로부터 성진지오텍 지분을 1만6000원에 인수할 때 이보다 5000원 싼 1만1000원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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