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 정치팀장
정부는 당시 ‘경제 체질 개선’ 방향과 관련해 2014년을 공공 부문이 환골탈태하는 ‘공공 부문 개혁의 원년’으로 삼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부채 감축·방만 경영 정상화·기능 조정 등 기본 골격을 손보고 중간 평가하기로 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회사가 경영 실패로 천문학적 부채를 떠안은 것도 모자라 직원들은 호의호식하고 있었으니 공공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마 전 접한 한 뉴스는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수백조 원의 부채를 진 국내 30대 공기업의 지난 3년간 임직원 성과급 규모가 3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 30곳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3조498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직원 수로 나눠보면 1인당 평균 성과급은 1400만원, 기관장 평균은 8400만원을 받은 셈이다.
이들 30개 공기업의 총부채는 2014년 결산 기준으로 429조3216억원. 우리나라 한 해 예산보다 많다. 일반 기업이었다면 당장 문을 닫았어야 할 회사들이다. 그란데도 주인이 없는 탓인지 임직원이 사이좋게 성과급을 나눠 가진 것이다.
상당수 기관장이 평균 이하의 경영 실적을 내고도 수천만 원의 성과급을 타갔고, 2013년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직원들은 평균 1300만원씩 성과급을 가져갔다.
더 놀라운 건 전체 공기업 부채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한국전력과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성과급 규모에서 각각 1위와 4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가 정해놓은 기준을 따랐기에 이런 성과급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평가 지표도 단순 경영 실적 50% 외에 설비 고장률 등 주요 사업지표로 따지기 때문에 부채나 적자만으로 성과급이 과하다고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공기업의 성과급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번 비난받으면서도 해마다 터져 나오는 고질병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제도 때문이었다면 진작 바꿨어야 했다. 회사는 이익을 내야 하고 버는 만큼 쓰는 것은 경제의 기본 원리다. 이런 근본을 무시한 보수 제도조차 고치지 않은 채 공공개혁을 하겠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채를 조금 줄였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1단계 정상화 대책이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로 이어져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열 받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박근혜 정부가 수행해야 할 개혁 과제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공공개혁은 최우선이어야 한다. 공공개혁이 실패하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곧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공개혁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