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하나데이’ MC, 이수경(李壽日更·61)의 현명한 부부가 되는 법
부부 생활에서 배우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항상 같다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일은 매우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돈독하고 행복한 부부생활, 가정을 꾸리기 위한 현명한 기술이 중요하다. 여기 사회생활 ‘만점’, 가정생활 ‘빵점’이었던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은 현재 가정 행복코치라는 이름으로 많은 부부들에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현명한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됐다. 짚라인 코리아의 대표이자, 부부 토크쇼 ‘둘이 하나데이’의 진행자. 이제는 그를 수식하는 단어도 많다. 이수경 씨다. 그가 이렇게 변한 사연은 무엇일까?
1993년, 22년 전 어느 날을 이수경 대표는 잊지 못한다. 당시 직장인이었던 이씨가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승승장구할 때였다. 5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하고, 3년에 한 번씩 자동차를 바꿔야만 훌륭한 아버지,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였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좋은 남편, 훌륭한 아버지에 걸맞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물었다.
“여보, 당신은 행복해요? 난 지금 하나도 안 행복해.”
이런 말을 하는 아내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뚱딴지같은 소리를 한다며 콧방귀를 뀌던 찰나에 아내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한다.
“여보, 우리 가족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부세미나에 한번 참석해 봅시다.”
특별히 부부생활에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던 이씨는 아내의 이런 제안이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부부 세미나는 문제가 있는 부부만 참석하는 것으로 여겼기에 꺼려지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서 이씨의 대답은 ‘No!’. 그가 생각하기엔 그곳에 참석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아내도 포기할 줄 몰랐다. 이씨를 설득해 부부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3일 밤낮을 애원했다. 회사 생활에 빠져 집에 들어오면 침대에 눕기 바빴던 이씨와의 부부생활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아내의 정성에 이씨도 백기를 들었다. 아내가 그토록 원하던 부부세미나에 참석하기로 한 것. 내키지 않은 동행이었지만 그것이 이수경의 인생을 180도로 바꿔 놓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 가정 ‘권위자’에서 가정 ‘경영자’로
2박 3일 일정의 부부세미나. 이씨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정확히 부부세미나의 첫 강의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세미나 참석 자체가 불만이었던 이씨는 강의가 시작하자 의자에서 엉덩이를 쭉 빼고 눕다시피 앉았다. 일종의 불만 표출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반항(?)도 강의가 시작되자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구부정했던 허리는 이미 꼿꼿해졌고, 강의를 듣는 눈빛은 초롱초롱해졌다. 강의에서의 그 무엇인가가 이씨의 마음을 동하게 한 것이다.
“그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거만했죠.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니 집에서 잠만 자도 다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강의를 듣고 나니 그것이 아니더라고요. 가정에서 권위만 가지려 했지 가장으로서 가정 경영은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뒤통수가 시원해지더라고요.”
강의의 내용은 간단했다. 이 교육을 이전에 들었던 참가자가 그들의 부부생활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그 모습이 이씨 부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편은 가족이 모두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정 경영을 도외시하고 있는 모습. 그것은 이씨 부부 생활을 실상을 보여주는 거울이었다.
그 수업이 이수경 가정생활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아내에게 “가정을 경영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선언한 후, 꼬박 2년 동안 국내에서 열리는 수많은 부부세미나에 참석했다.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에 대한 책도 30권 이상 탐독했다. 그렇게 다년간 부부와 가정생활에 대해 공부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남편이 가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남편이 가정 문화를 만드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변하니까 가족이 변하더라고요. 주말에 잠만 자는 게 일상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아이들과 보낸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하나 둘씩 변하기로 다짐했어요. 그때부터 아이들과 포옹했는데 서른이 넘어서도 하고 있어요. 부부 생활도 바뀌었죠. 이른바 *텐텐 대화법으로 부부 사이가 더 돈독해졌습니다.”
◇ 매달 21일, 둘이 하나데이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잖아요? 행복해지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가정 행복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가정이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의 오프라인 부부쇼를 기획하게 됐죠.”
이씨는 그 열정에 보람을 얹혀 개그맨 겸 소통테이너인 오종철과 손을 잡았다. 1년 동안 부부쇼 ‘둘이 하나데이’를 기획한 것. 지난 3월 21일 첫 선을 보인 ‘둘이 하나데이’는 매달 21일에 열리는데, 이는 ‘2(둘)이서 1(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부부의 날’인 5월 21일에서 착안한 것이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부부쇼에서는 강연, 참가자 그룹회의, 가족 선서, 편지쓰기 등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부부들을 맞이한다. 거기에서 이씨는 오종철과 함께 MC로 활약 중이다.
그래서인지 이수경에게서는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기업인, 강사, 작가, 토크쇼 진행자, 가정행복코치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에너지를 뿜으며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가슴 깊은 곳에서 활활 타오르는 열정과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제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예요. 여러 가지 역할을 모두 놓치기 싫거든요. 물론 가정 경영자로서의 역할도요. 이 많은 역할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역할은 바로 가정행복코치예요. 제가 20여년 전 느꼈던 것처럼 타인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넣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 부부에게도 기술이 필요하다
“마음에서 마음을 전한다고요? 말을 안 하는데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이심전심이라는 말은 부부 사이에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부부는 동상이몽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대화해서 서로의 이해를 얻어야 해요.”
가정행복코치가 된 후 그에게 부부 생활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이씨가 가장 크게 보람을 느낄 때도 그가 낸 책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나 강연을 보고 부부생활에 다시 활력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을 때다. 그래서인지 그가 부부 생활 노하우를 담은 책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는 출판 이후 149주 연속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씨의 부부관계 노하우는 책, 둘이 하나데이, 개인 상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이씨는 상담을 해보면 대부분의 부부 문제가 대화 부족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대화로 뛰어들었다간 위험할 수 있다. 감정이 격해져 비수가 꽂히는 말로 자칫 부부간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경우도 허다한 탓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현명한 대화의 기술이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어요. 라디오 방송을 마치고 비방송용으로 게스트들과 이야기하는데 한 분이 ‘청계천에서 손잡고 다니는 중년 커플은 다 거짓말이죠?’라고 하더라고요. 내막을 몰라서 참으로 당황스러웠는데 그분이 일종의 권태기였나 봐요. 남편의 행동 하나하나가 꼴 보기 싫어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단점보다는 남편의 좋은 점을 하루 한 가지씩 노트에 써보라고 얘기를 했어요. 얼마 있다가 연락이 왔습니다. 남편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둘이 하나데이에 나와 커플 스쿼트도 하며 부부 금실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부부생활 코칭과 ‘둘이 하나데이’의 긍정적인 성과가 쌓여가자, 이씨의 몸값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그가 1년 동안 기획한 ‘둘이 하나데이’는 한 기업에서 사내 복지의 일환으로 포맷을 그대로 따갈 정도로 말이다. 그런 이씨가 꿈꾸는 미래는 이제 더 큰 울타리를 향한다.
“가화만사성이 사화만사성(社和萬事成)이라고 생각해요. 건강한 가정이 모여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거죠. 그 작은 것을 만들어 가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나중에는 대한민국의 많은 부부가 손잡고 ‘둘이 하나데이’에 오는 것을 상상합니다.”
*텐텐 대화법이란
부부끼리 대화할 것에 대해 10분을 노트에 써 보고, 10분을 대화 하는 것이다. 감정적인 것을 배제하고, 이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