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의 대가 짐 로저스가 중국과 일본 주식 보유량을 늘렸다고 밝혀 관심을 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짐 로저스가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는 한편 아시아 등 신흥국 통화는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24일 보도했다.
그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 절하에 대해 실망했다면서도 인하폭은 작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통화 약세 경쟁에 불을 지폈다는 신문의 견해에 “통화 약세 경쟁은 오히려 일본이 초래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와 일본은행의 양적 질적 완화로 엔화 가치가 최근 몇년새 급락한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금융 완화 등을 통해 통화 평가 절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추세다. 역사적으로 봐도 자국 통화 약세에 의해 국력이 부활한 나라는 없다. 만약 통화 약세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 외환 시장은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저스는 또한 중국 경제 둔화 우려로 증시 변동폭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선 “중국은 과도한 부동산 개발과 부실 채권 확대 등 과제가 많은 나라”라고 지적하면서도 “2~3주 전에 중국 주식을 더 늘렸다”고 의외의 답을 들려줬다. 그는 중국 경제의 앞날을 낙관했다. 다음달이 될지 내년이 될지 뚜렷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중국 경제는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중국의 거대 인구와 자원, 철도 등 인프라 정비 진행 덕분에 다양한 업종에 투자 가치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추가 증시 부양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24일 오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8.5% 폭락한 3209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 우려를 배경으로 지난 21일 미국 유럽 주가가 급락한 여파가 이날 아시아 증시를 강타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시장 혼란의 단초가 된 중국에서는 경기의 불확실성 탓에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한편 로저스는 일본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비관하면서도 주식 보유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몇 주 전에 소형주 등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닛케이225지수는 2만 엔을 넘었지만 1989년 고점과 비교하면 40% 이상 저평가됐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일본 경제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비관적이라는 입장이다. 저출산 ·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채 발행을 늘려 국가 채무가 방대하게 쌓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로저스는 아베 정부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엔화 약세와 재정 지출을 통해 일본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채무 부담을 늘려 미래 세대를 괴롭힐 것이라고 꼬집었다.
로저스는 신흥국에 대한 우려를 깊이했다. 그는 신흥국 통화는 당분간 달러에 대해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많은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 자산군에 속하는 신흥국 통화는 매도하는 반면 안전자산인 미 달러를 사는 움직임은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는 미 달러화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최근 40달러선이 무너진 국제유가는 조만간 바닥을 칠 것이라고 로저스는 내다봤다. 그는 이란의 핵개발 문제를 둘러싼 서방 국가와의 협상 타결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개선되고 있다며 국제유가는 당분간 낮은 수준의 전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석유 관련 업계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석유 메이저도 생산 및 채굴 사업을 줄이고 있어 공급 과잉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에 걸쳐 바닥을 친 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로저스는 점쳤다.
또한 국제 원자재 가격과 각국의 금융정책의 상관관계에 대해 그는 저유가 등 낮은 인플레이션율 덕분에 각국 중앙은행은 안심하고 금리인하 등 완화 정책을 펼쳤다며 미국이 연내에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저유가 기조는 그다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이같은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