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둔화·스마트폰시장 포화 상태로 타격…일본 업체도 실적 전망 하향 등 비상
중국발 쇼크의 다음 희생양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아시아 전자부품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이 될 전망이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스마트폰시장 포화 상태, 시장 변동성이 결합돼 아시아 부품 공급업체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아시아 공급망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중국 소비자 수요에 크게 의존해왔기 때문에 그만큼 역풍도 거세게 불고 있다.
번스타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2~2014년 중국 스마트폰 판매는 두 배 이상 늘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 대수 12억7000만대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그러나 번스타인은 중국 스마트폰 판매가 앞으로 2017년까지 약 4억대에서 정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노버그룹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이미 최근 분기 미지근한 실적을 보고했다고 WSJ는 전했다. 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실적 발표에서 “지난 분기는 최근 수년래 가장 험난했던 시장환경과 직면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판매가 정체되면서 중국 업체는 늘어나는 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번스타인에 따르면 레노버의 현재 스마트폰 재고는 12주 판매분에 해당된다. 이는 애플의 4주분, 삼성의 7주분과 대조된다.
이에 세계 양대 메모리칩 제조업체인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비상에 걸렸다고 WSJ는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두 업체 모두 반도체 생산용량을 확대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았는데 중국시장 성장 둔화로 공급과잉의 덫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은 오는 2017년까지 경기도 평택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10년간 46조원을 투입해 세 개의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세울 방침이다.
문제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둔화에 반도체 업체들이 다른 대안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PC와 태블릿의 글로벌 판매는 이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중국 스마트폰시장 성장 둔화를 이유로 올해 전 세계 반도체 판매량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일본 업체도 중국발 역풍을 맞고 있다. 산업용 로봇업체 화낙과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은 최근 내년 3월 마감하는 이번 회계연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그나마 애플 아이폰과 디지털 카메라 등에 쓰이는 이미지센서를 공급하는 소니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WSJ는 전했다. 소니는 지난 4월 올 회계연도에 2100억 엔(약 2조470억원)을 투자해 이미지센서 생산량을 늘리고 별도로 800억 엔을 카메라 모듈 생산량 확대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