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9월 출시 예정인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에 광고 차단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져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애플이 내달 출시하는 ‘iOS9’에는 사용자가 인터넷 브라우저 ‘사파리’에 광고가 표시되지 않도록 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탑재된다. 이렇게 되면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이용자는 광고를 보다 쉽게 차단할 수 있게 된다.
WSJ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 수억 명이 광고를 차단하게 되면 연간 700억 달러(약 83조 원) 규모의 모바일 광고 산업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갈수록 늘어나는 모바일 단말기 사용자를 통해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광고업체와 정보기술(IT) 기업에는 치명적이라는 것. 광고를 보는 사용자가 줄어들면 광고 게시자와 광고 네트워크 운영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수입이 줄게 된다. 애플의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터넷 광고 수입을 올리는 구글을 겨냥한 것으로 WSJ는 해석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함께 스마트폰용 양대 OS인 iOS에서 광고 차단기를 활성화하면 광고 차단기 이용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광고를 차단하는 장점은 PC에서보다 스마트폰에서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작은 화면에 표시되는 쓸데 없는 화면이 줄어드는 데다 페이지 로딩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애플은 사용자로부터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iOS 사용자가 단말기 상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지출하는 금액보다 많다. 따라서 iOS 사용자가 광고주에게 더 매력적인 셈이다.
그러나 광고 차단기를 사용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페이지페어와 어도비시스템즈가 8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터넷 사용자 중 광고 차단기를 이용하고 있는 인구는 약 6%, 2015년 6월 시점의 이용자는 1억9800만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0% 늘었다. 웰스파고의 피터 스테이블러 애널리스트는 “광고를 차단해 2016년 인터넷 광고에 대한 지출은 세계에서 125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디지털 퍼블리셔 협회인 디지털 콘텐트 넥스트의 제이슨 킨트 CEO는 “광고 차단 문제는 현실적이고 커지고 있는 문제다. iOS에서 광고 차단은 그것을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자사로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은 막을 셈이다.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를 직접 공급하지는 않기로 한 것. iOS9의 브라우저에서 작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외부 개발자가 개발하는 것을 허용한다. 즉, 사용자가 광고 차단 응용 프로그램을 찾아 그것을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애플은 이러한 응용 프로그램을 ‘콘텐츠 차단(content blocking)’이라고 부른다. 이 응용 프로그램은 광고뿐만 아니라 이미지 외에 웹 페이지의 다른 부분을 가져오는 것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앱 내의 광고 차단은 용납하지 않을 방침이다. 왜냐하면 앱 내의 광고는 브라우저 상의 광고와 달리 성능을 저하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구분하는 건 애플의 이익과도 직결된다. 애플은 앱 내에서 창출된 매출의 30%를 받을 수 있는 등 응용 프로그램에 광고 게재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iOS9에는 ‘애플 뉴스(Apple News)’ 앱이 더해진다. 이는 주요 뉴스 제공자의 기사를 제공하는 앱이다. 애플은 이들 기사에 관련된 광고를 통해 얻는 수입의 일부를 받을 수 있다.
WSJ는 애플이 광고 차단 기능을 탑재함으로써 구글과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년 동안 구글과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의 데이터 수집 관행을 비판해왔다. 구글은 각 사용자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
쿡 CEO는 지난 6월 강연에서 “일부 유명한 실리콘밸리의 기업이 사용자 개인정보에 무뎌지고 있다”면서 사용자에 대해 “당신은 고객이 아니라 상품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구글은 자사 광고 사업에 타격이 되고 있음에도 PC용 ‘크롬’ 브라우저에서의 광고 차단기 작동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휴대형 단말기 상에서 크롬에 표시되는 광고를 차단하는 것은 그다지 간단하지 않다.
웰스파고의 스테이블러 애널리스트는 “구글이 광고 차단에 의해 페이스북 등 응용 프로그램의 사용 빈도가 높은 기업보다 큰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구글맵, 유튜브와 G메일 등 인기 iOS용 앱이 많지만 검색 등의 서비스는 모바일 브라우저로 액세스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테이블러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모바일 광고 차단에 대해 “이것은 두 회사(애플과 구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암투의 일부처럼 보인다”며 “애플이 구글의 발목에 화살을 또 하나 발사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