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회사가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은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마용주 부장판사)는 눈높이 교사 최모씨 등 3명이 대교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사측은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임금피크제에 따라 원고들에게 미지급한 임금 3319만 ~ 4019만원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한다면 '근로자 과반수 동의' 요건은 일부 외형적 징표만을 바탕으로 할 게 아니라 불이익 정도, 제도 변경 경위, 개별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물론 해당 기업의 종전 영업방식과 노무관리 형태 등에 비춰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측은 2006년 10월 취업규칙을 개정할 당시 어떤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직급 정년제를 부활시켰는데, 1차 임금피크제 당시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과정에서는 G1 근로자들을 직급정년제 대상으로 새로 포함할지 여부에 대해서만 의견을 구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급정년제 자체가 무효이므로 임금피크제도 중 직급정년을 기초로 설계된 부분 또한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최씨 등은 1995년 직원교사 등으로 대교에 입사해 학습지 배부 및 상담 업무 등을 해왔다. 대교는 3000여명의 직원 직무등급을 G1~G6로 구분하고, 이들 정규직 근로자와는 별도로 인턴사원 내지 계약직 직원 등을 두고 있다.
대교는 2006년 인사규정을 개정하면서 G2~G4 근로자를 적용대상으로 한 '직급정년제'를 도입했다. 사측은 2009년 5월 G1까지 포함한 직급정년제를 실시하면서 직무등급 별 일정 연령(G1~G2는 만 57세, G3~G4는 만 55세, G5~G6와 계약직은 만 50세)에 도달한 근로자의 임금을 순차로 60%까지 삭감하는 1차 임금피크제를 실시했다. 이어 2010년에는 임금을 50%까지 삭감하는 2차 임금피크제가 실시되자, 최씨 등은 임금피크제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8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