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기업 대대적 ‘코리아 그랜드 세일’… 8월 마지막주 21.6만명 방한, 작년보다 6.6%↑
중국 최대의 명절인 중추절(26~27일)과 국경절(10월 1~7일)로 이어지는 연휴를 앞두고 중국 관광객(유커)을 잡기 위한 총력전이 시작됐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유커들의 방한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예년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물론 각 업계가 유커의 발길 잡기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 종식에 이어 ‘코리아 그랜드 세일’까지 개시되면서 유커들의 한국 방문을 유인하는 다양한 프로모션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재계 CEO들도 중국 측 관계자들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한국 관광산업의 부활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면세점 등 쇼핑업계 유커 매출이 조금씩이나마 회복하고, 인천과 부산에는 유커들을 태운 크루즈 여객선이 북적이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는 중국 현지를 방문해 ‘메르스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알리고 여행업계 관계자, 언론인 등을 국내로 초청해 한국을 적극 홍보했다. 국토교통부는 외항사의 애로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고 중국남방항공 등 메르스 사태로 운항 횟수를 줄인 항공사에 재취항 서한을 보내는 등 국제항공 업무를 강화했다.
인천국제공항은 메르스 사태로 운항 횟수를 줄인 항공사가 운항을 재개할 경우 한정적으로 항공기의 착륙료를 전액 면제해주기도 했다.
지자체와 기업들도 적극 동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중국 상하이 등을 직접 방문해 한류관광을 홍보했고, 삼성전자 등 상당수 기업이 면세점에서 구매시 사은품 증정 등 다양한 혜택을 내놓았다.
이 같은 힘이 뭉친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에는 유커 25만5632명이 방한해 지난해 같은 기간 69만2053명에 비해 63.1%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려 44만명이 발길을 돌린 셈이다. 그러나 코리아 그랜드 세일 효과에 힘입어 8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마지막 한 주간(8월 24~8월 31일) 동안 유커는 전년 수준(20만3329명)보다 6.6% 증가한 21만6705명이 방한해 확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관광업계는 9월 중추절을 기점으로 메르스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도 올해 국경절 기간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6만여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간 입항 계획을 전면 취소했던 크루즈 여객선도 이달부터 정상 운항에 들어갔다. 9월 중 인천항 기항이 확정된 크루즈여객선은 코스타크루즈 3척, 보하이크루즈 3척 등 6척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연말까지 4개월간 인천항에 28척의 크루즈여객선이 기항해 약 5만명의 유커가 한국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유커의 한국행 수요가 최저점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선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리아그랜드 세일을 앞당겨 실시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이 유커 잡기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유통가 매출 회복세 뚜렷, 9~10월 유커 특수 기대감 ↑ = 유커의 귀환으로 유통업계 매출이 되살아나고 있다. 매출은 8월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중국인 비중이 가장 큰 서울 소공점의 8월 넷째 주(24~30일) 중국인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불과 5% 적었다. 여전히 1년 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8월 주별 중국인 매출 감소율(작년 동기 대비)은 △1주차 40% △2주차 40% △3주차 20% △4주차 5%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줄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늦어도 10월 중에는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증가 추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구나 메르스 사태가 터진 6월(-40%)과 다음 달 7월(-50%)의 중국인 매출이 작년의 절반 수준까지 급감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사이 극적으로 반전한 셈이다. 신라면세점의 상황도 비슷하다. 유커의 발길이 끊어진 6~7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의 5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 8월 말에는 지난해 동기의 80% 이상으로 회복했다.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의 8월 중국인 매출 감소율(작년 동기 대비)도 8%로 회복세가 완연하다. 6~7월 31%나 급감했지만, 이후 한 달 사이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서울역점의 중국인 관광객 방문 동향을 살펴본 결과, 8월 1일부터 21일까지 3주간 일평균 방문객 수가 7월 동기 대비 2.7배(17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 매출 역시 2.8배(185.4%) 신장했고, 8월 3주간의 매출이 7월 한 달간 매출과 비교해도 1.5배(56.2% 신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왕진 롯데마트 서울역점장은 “서울역점은 외국인 방문객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으로 중국인 수요가 많은 곳”이라며 “한동안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는데, 8월 들어 눈에 띄게 늘어 9~10월에는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중국의 경제상황이 변수이긴 하지만 중추절과 국경절 등 황금연휴가 이어지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 ‘코리아그랜드세일’을 적극 추진하면서 유커 유치가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