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국의 미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와 조직을 중시하는 문화 등으로 일본에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일들이 일어나면 몇 년 후에 한국에서 같은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이지요.
저도 학문적으로 정확하게 밝혀낼 수는 없지만 살면서 체감하게 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가라오케가 일본에서 크게 유행이 되고나서 1990년대 한국에서 노래방 열풍이 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마고치도 신문기사로 얼핏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본 지 얼마 후에 한국에서 빅히트를 쳤습니다. 일본에서 ‘이지메’가 사회문제화하고 나서 한국도 ‘왕따’ 현상이 일어나 왜 이런 안 좋은 것들도 일본을 따라하느냐고 짜증을 냈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1990년대는 일본에서 유행하는 장사가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며 현지 트렌드를 소개하는 책들이 잘 팔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2005년 쯤에 ‘하류사회’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중산층이 사라지고 국민 대부분이 사회 하위 계층으로 몰락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이후 한국도 청년실업과 가계 부채로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양국 모두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경제성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요.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가장 큰 수혜자가 인력파견업체라고 했는데 이 기사가 저의 눈길을 끈 것도 ‘일본은 한국의 미래다’라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일본 최대 인력파견업체 ‘딥(Dip)’ 주가가 아베 정권 출범 이후 5000% 가까이 뛰었다는 내용인데요. 일본의 전통적인 종신고용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비정규직 채용이 늘어 인력파견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게 됐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현재 전체 근로자 10명 중 4명 꼴로 비정규직이라고 하네요. 또 일본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3년 이상 한 회사에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는데 조만간 의회에서 이런 의무화를 폐기하는 법안이 통과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정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물론 인력파견업체의 호황을 나쁘다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만은 분명하겠지요.
그런데 ‘일본은 한국의 미래’이기는 한데 우리나라는 일본의 좋은 점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안 좋은 것은 더욱 나쁘게 발전시키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이지메’와 한국의 ‘왕따’는 정말 최악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입니다. 일본은 지금 경기가 회복되면서 대학 졸업생들이 회사를 골라간다는데 한국은 청년실업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분명 우리나라는 일본이라는 ‘타산지석’도 될 수 있고 ‘반면교사’도 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옆에 두고 있습니다. 이왕 일본을 닮을 것이라면 나쁜 점은 어떻게든 걸러내고 좋은 것만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