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진희 역할을 맡기 위해 오디션을 봤을 때가 생각나네요. 상암 MBC 로비가 꽉 찰 정도로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오디션을 봤어요. 그때 제 수험번호에 ‘4’가 많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몇 번의 오디션 끝에 결국 진희 역할이 저에게로 왔죠.
진희를 만난 것도 감사한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대선배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진희가 극중에서 온 집안 식구를 다 만나고 다녔는데 그게 얼마나 복 받은 일인지 모르겠어요. 사실 진희를 연기하면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어요. 아마 제가 신인이다 보니까 대중이 보시기에 완벽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평가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빨리 받아들이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진희는 실제 제 성격과 매우 다른 캐릭터예요. 저는 심플한 편인데 진희는 집착이 강한 사람이죠. 진희를 연기하면서 감정을 이입해 마음과 생각을 나누다 보니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 또 악역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세요. 물론 악역은 캐릭터가 뚜렷하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진희와 다른 성격을 가진 상큼 발랄한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어요. 액션이나 사극 연기도 도전해 보고 싶고요.
저는 작품마다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는 것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가 발산되는 배우를 꿈꾸고 있어요. 누구나 보면 기분 좋아지는 배우가 되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할 계획입니다. ‘여자를 울려’의 진희는 이제 볼 수 없지만, 한이서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 주세요.
사진 최유진 기자 strongman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