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OO카드입니다. 고객님의 OO카드 포인트가 2만점 정도 되시는데요. 포인트가 곧 소멸되세요. 고객님의 포인트로는 자외선 칫솔 살균기와 후라이팬, 고급 샴푸 세트가 나가는데요. 어떤 것으로 고르시겠어요?"
지난 5월 신용카드의 고객센터라는 곳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느닷없이 존재도 몰랐던 신용카드 포인트의 실체를 알려주더니 포인트로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나열하더군요. 사실 급작스러운 전화에 살짝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다 결국 약 15초 정도 고민 끝에 고급 샴푸세트를 선택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자취 인생...ㅠㅠ)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서 갑자기 '낚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알려주려면 진작에 알려주지 왜 포인트가 소멸예정 소식을 소멸이 임박해서야 알려주고, '썩' 갖고 싶지 않은 물품으로 교환하려는 것인지 뒤늦은 깨달음(?)에 씁쓸해했죠.
요즘 신용카드, 결제 기능 외에도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혜택은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SKT, LGU+, KT 등 통신사 멤버십 서비스, CJONE카드나 GS& Point, 해피포인트 등 회원제 적립카드 등도 제공하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서 잘 활용하면 생활비를 꽤 아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할인을 해주거나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신용카드와 각종 회원제 카드 종류는 어림잡아 5000가지가 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5000가지가 넘는 카드가 제공하는 혜택은 카드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 거기에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 보유 매수는 평균 3.5매. 카드 종류도 많고, 개인이 보유한 카드도 많아 적재적소에 할인카드를 쓰거나 포인트를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주인이 제때 찾아가지 않아 쌓여있는 '미청구 재산' 인 신용카드 포인트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무려 2조1700억원. 이중 지난 5년 간 쓰지 못한 채 소멸된 포인트만 5121억원에 달합니다. 한마디로 고객들이 모아만 놓고 제대로 못 쓰고 있는 포인트가 2조원이 훌쩍 넘는다는 이야기죠.
통신사 멤버십 할인혜택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은 전체 고객의 50%미만. 나머지 절반이 넘는 이통사 고객은 멤버십 할인 혜택에 사각지대에 있는 셈입니다.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적을수록 기업 수익성은 좋아지니 멤버십 가입 안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사용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단 포인트가 얼마나 적립돼 있으니 해당 포인트를 어디 사용처에서 쓸 수 있다는 '미리' 안내를 하는 카드사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고객이 직접 알아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포인트 조회가 쉬운것도 아닙니다. 해당 카드사 웹사이트에 접속에다 보안 프로그램을 깔고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최근에는 그나마 여신금융협회의 카드포인트 통합조회 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포인트를 조회할 수 있게 됐지만 이를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카드사나 이통사들이 조용히 가맹점이나 할인혜택을 줄여 소비자들의 혼선을 키우는 것도 문제입니다. 신용카드사의 포인트 소멸제도가 부당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포인트는 엄연히 개인의 재산인데 5년 안에 소멸시키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따라서 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각종 할인혜택과 포인트 적립률은 신용카드사나 이통사들이 고객 유치하는 핵심 전략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정작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혜택을 누리려면 고객이 '알아서' 해야하는 서비스 구조...개선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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