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 한번 잡아주세요!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9-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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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우리 어머니들의 일상을 담은 KBS주말극 '부탁해요, 엄마'.(사진=KBS)

사흘 뒤면 추석이군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도 책상 서랍 안의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보게 됩니다. 서울로 대학 가는 아들에게 줄 것은 이것밖에 없어 미안하다며 눈물 바람 하시던 어머니가 제 손에 꼭 쥐어주던 것이었습니다. 벌써 34년이 됐군요. 그 만원은 어머니가 남의 밭일 꼬박 일주일 해서 마련한 돈이었지요. 그 돈이 어떤 돈인지 잘 알기에 차마 쓸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그리울 때 꺼내볼 수 있도록 책상 서랍 안에 넣어 두었지요. 추석이 되니 다시 만원 지폐를 꺼내며 어머니를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이 땅의 다른 많은 어머니도 생각납니다.

지난해 세월호 대참사로 자식을 가슴에 묻었거나 아직도 시신조차 찾지 못해 꿈속에서도 자식을 부르는 어머니부터 취직 못 한 아들 취직시켜달라고 정화수 떠놓고 비는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많은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가족의 기원’ 에서 밝혔듯 가족은 결코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며 사회, 경제적 토대에 의해 변모합니다. 사회와 경제의 변화로 인해 가족의 형태와 가족 구성원의 역할 역시 급변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해체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돈 앞에선 가족도 없다’는 천민자본주의의 그악스런 탐욕성이 우리 사회를 삼키고 있기도 합니다. 심지어 자식들에 의해 버려지는 노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자식에게 부담 주기 싫다며 자살하는 어머니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희생입니다. 사랑과 희생의 외양은 달라졌어도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마음의 본질은 변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추석을 앞둔 지난해 9월 16일이었지요. 치매 증상을 보인 68세의 한 어머니는 출산한 딸에게 줄 산후조리용 먹을거리를 들고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었지요. 경찰에 의해 발견된 뒤에 이 어머니는 “딸이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있다”는 말만 반복하며 눈물을 글썽였지요. 자신의 이름도, 딸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면서요. 다행히 경찰 도움으로 출산한 딸(40)을 만났고 챙겨온 큰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그 안에는 출산한 딸을 위해 손수 끓인 미역국과 정성스레 만든 나물 반찬, 흰밥, 생수병 한 통, 이불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딸을 보자마자 “어여 무라”라는 말만 반복해서 했다고 하더군요. 부산경찰청은 이 어머니의 사연을 ‘치매를 앓는 엄마가 놓지 않았던 기억 하나’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 글을 읽고 한참 가슴 먹먹했던 기억이 추석이 다가오면서 다시 새록새록해집니다.

어머니의 자식을 향한 절절한 마음은 양주동의 시‘어머니의 마음’에도 잘 드러나지요.‘...사람의 마음속엔 온 가지 소원/ 어머니의 마음속엔 오직 한 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하리오/ 어머니의 사랑은 그지없어라’

시인 신석정은 ‘나의 꿈을 엿보시겠습니까’라는 시에서 ‘내가 만일 산새가 되어 보금자리에 잠이 든다면/ 어머니는 별이 되어 달도 없는 고요한 밤에/ 그 푸른 눈동자로 나의 꿈을 엿보시겠습니까’라고 노래했습니다. 얼마나 어머니의 사랑이 절절했으면 자식의 꿈까지 엿볼까요.

‘내가 어느 날 지쳐서, 홀로 고독한 정원을 찾아 깊이 보이지 않는 나의 안으로 들어가면 거기 무궁한 어머님의 하늘’이라는 조병화 시인의 ‘어머니의 하늘’처럼 어머니는 자식이 힘들 때나 어려울 때 아무런 조건 없이 따뜻한 가슴으로 품습니다.

저는 올해 어머니를 정말 보고 싶게 한 편지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몇 푼 벌어 보겠다고 일하느라 마지막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 가.”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아 합동분향소에 걸린 딸을 잃은 한 어머니의 편지였습니다.

추석을 맞아 쭉정이가 된 제 어머니의 손 한번 잡고 싶어요. 여러분도 이번 추석, 어머니의 손 한번 잡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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