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야, 내 얘기 듣고 있니?”
먼저 똑똑해졌다는 시리에게 말을 걸어보자. 날짜, 장소 등을 토대로 사진을 검색해주는 기능은 내게 꼭 필요하던 것. 사람들에게 어떤 사진을 보여주고 싶어도 도저히 찾지 못해 포기할 때가 많다. “2013년 일본에서 찍은 사진 검색해줘”라고 말하니 2년 전 홋카이도에서 촬영한 사진 모음으로 바로 이동한다. 날짜 지정 없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찍은 사진 검색해줘”라고 말해도 잘 알아듣는다. 빠른 속도로 검색 결과를 보여주더라. 1만 장이 넘는 아이폰 사진 때문에 고통받는 내겐 정말 꿀 같은 변화다.
시리는 계산도 대신 해준다. (참고로 시리가 아니라 그냥 아이폰 검색 창에 입력해도 값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숫자를 4번 곱해 보았다. 18이 넷 모이면 10만을 넘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퇴근 시간 미리 알림을 한번 시도해 보았다. 한 번에 알아듣진 못했지만 어쨌든 성공. 물론 나는 오늘 오후 6시 정각에 퇴근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시리와 나의 의사소통이 늘 원활했던 것은 아니다. “괌에서 찍은 사진 찾아줘”라고 하니 “과음해서 찍은” 이미지를 검색하러 떠나는 아스트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혹시 나를 너무 잘 알아서 그러는 걸까? 한국어는 어순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 있는 터라, 30분 뒤에 문자 보내라는 것을 30분 뒤에 밥 먹자는 의미로 알아듣는 일도 있었다. 일단 시리 테스트는 여기까지.
마지막으로 공개하는 시리의 애플워치 자부심 짤방.
“똑똑하고 쾌적해진 사진첩”
사진첩에도 소소한 변화가 있다. 일단, 자동으로 셀카 폴더가 생성됐다. 구글 포토도 그렇고 요즘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사진을 분석하는 능력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 iOS9 업데이트 덕에 신선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1만 장의 사진 중 2000장이 셀카라는 사실을. 게다가 최근 아이폰 파손으로 인해 4000장 정도의 사진이 빠진 상태인데도 말이다.
앨범에서 사진을 넘겨보는 방식도 쾌적해졌다. 사진 하단에 미리보기 파일이 작게 펼쳐져서, 사진 간의 이동이 더 수월해졌다. 한 장씩 넘기던 기존 방식에 비해 여러 장을 한꺼번에 휙휙 넘길 수 있으며, 연사의 경우 애니메이션처럼 보이기도 한다.
“당신의 습관을 알고 있어”
iOS9은 검색 기능의 강화를 특징으로 내세웠다. 검색창의 주요 기능 중 묻기도 전에 알려주는 ‘제안’ 기능은 상당히 유용하다. 요란한 것은 아니고 자주 연락하는 사람들이나 자주 사용하는 앱이 표시되는 형태다. 이것도 계속 유지되는 게 아니라 내 사용 패턴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검색 결과도 한결 깔끔하고 보기 쉽게 표시된다. 이 검색 순서도 매번 다르게 표시된다는 점이 놀랍다. 내가 메시지를 자주 사용하다가 열었을 때는 메시지 영역이 가장 상단에 표시되고, 캘린더를 수정한 후에 검색했을 때는 일정이 가장 상단에 표시된다. 매순간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Paris를 검색하니 떼제베(TGV) 탑승 시간과 메모장의 여행 루트가 검색된다. 각각을 터치하면 해당 앱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데, 필요한 내용만 확인한 뒤 상단바의 ‘검색으로 돌아가기’를 터치하면 본래 자리로 복귀할 수 있다. 이 역시 iOS9의 전반적인 특징 중의 하나다. 다른 작업으로 이동했다가 원래 내가 있던 위치로 돌아오는 것이 아주 쉽고 간편해졌다.
“책장을 넘기듯 멀티태스킹”
멀티태스킹 화면이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손끝으로 슬쩍 움직이면 책장이 넘어가듯 부드럽고 빠르게 반응한다. 느낌이 아주 좋다. 이 화면에서도 앱을 한꺼번에 3개씩 지울 수 있으니 염려 말 것. 참고로 아이폰6S에선 3D 터치를 이용해 홈버튼을 이용한 멀티태스킹 화면에 진입하지 않아도, 화면을 쓸어 넘기는 조작으로 앱 전환이 가능하다.
“메모앱이 변했어요, 완전히”
그간 다른 사용자들이 온갖 화려한 메모앱에 눈을 돌렸을 때, 나홀로 iOS 기본 메모앱을 열심히 쓴 보람이 있었다. 드디어 애플이 내 짝사랑에 응답했다. iOS9에서 가장 화려한 변신을 시도한 건 메모앱이다. 이제 메모 앱에서 바로 사진을 촬영하거나 보관함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불러올 수 있다.
이제 별도의 체크리스트 앱을 쓸 필요도 없다. 쇼핑 리스트나, 해야 할 일, 여행 준비물을 챙길 때 메모 앱을 활용하면 되니까. 편하게 평소처럼 메모하다 탭으로 항목 표시만 추가하면 체크리스트가 된다. 만드는 것도 쉽고. 체크하는 것도 쉽다. 그리하여 잠깐 만들어본 9월 쇼핑리스트.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번 업데이트의 화룡점정이라 생각하는 스케치 기능을 소개한다. 손가락이나 스타일러스로 메모 안에 간단한 스케치를 삽입할 수 있다. 의외로 브러쉬 스타일과 컬러 팔레트가 다양해서 갑자기 창작욕이 치솟는다. 아이패드 미니를 이용해 내가 사랑하는 막내 에디터L이 막대사탕을 먹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아이패드 프로에서 애플펜슬로 그리면 더 잘 그릴 수 있는데…
메모 앱의 접근성도 높아졌다. 사파리에서 웹서핑하다 특정 웹페이지를 저장하고 싶다면 ‘공유’ 버튼만 누르면 된다. 바로 간단한 코멘트를 추가해 메모앱에 링크를 첨부해 저장할 수 있다. 사파리뿐만 아니라 지도 등 다양한 앱에서 공유를 이용해 문서, 링크, 지도 경로 등을 메모에 첨부할 수 있다. 브라보.
“더 많은 것을 전하는 메일 앱”
이제 더 넓은 화면에서 예시를 보여드리고자 아이패드 에어2를 꺼냈다. 모바일 기기에서 메일 앱의 활용성도 높아졌다. 이제 사진 외에도 여러가지 첨부파일을 보낼 수 있다. 메일 공란을 두 번 탭한 다음 메뉴를 활성화 시키면 ‘첨부 파일 추가’가 새로 생겼다. 사진과 동영상 외에도 다른 파일을 보낼 수 있다. 아무거나 보내보자. 투척!
“한 번에 두 가지를 해내는 아이패드”
iOS9은 아이패드의 업무 능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일단 ‘슬라이드 오버’ 기능부터. 기존에 작업하던 앱이나 보고 있던 화면은 그대로 둔 채, 오른쪽에서 작은 화면을 ‘슬라이드 오버’해서 잠시 작업을 전환하는 기능이다. 현재 사용 중인 앱을 종료할 필요 없이 잠깐 검색하고 싶은 내용이나 페이스북 알람, 문자 메시지 대답 등의 간단한 작업을 하고 원래 보던 화면으로 돌아가면 된다.
‘스플릿 뷰’ 기능은 좀 더 본격적이다. 잠깐 다른 창을 열어 작업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두 개의 앱을 열고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해주니까. 당연히 더 고사양의 기기를 필요로 하겠다. 현재는 아이패드 에어2 이상의 기기를 지원한다. 화면을 원하는 비율로 분할해 각각 다른 앱을 구동할 수 있다. 한쪽에 사진을 두고 오른쪽에서 스케치 앱을 열어 그림을 그리거나. 웹페이지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으며, 다른 작업창에서 정리된 문서를 작성하는 등 생산성이 높다. 모든 앱을 지원하진 않지만, 활용도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종로구 지도를 띄워놓고, 스플릿 뷰 기능으로 다른 작업창에서 맛집을 검색해보았다. 나란 사람이 이렇게 효율적이다. 배가 고팠다.
이번엔 다소 갤럭시 노트 스러운 멀티태스킹 기능을 소개한다. 바로 ‘화면 속 화면’이다. 게임하면서 야구 중계를 보는 수많은 갤럭시 사용자가 부러웠다면, 이제 눈물을 거두자. iOS 기기에서도 빠르고 쾌적한 팝업 영상 기능이 지원되니까. 페이스 타임을 사용하거나 동영상을 보다가 홈버튼을 누르면, 해당 영상이 축소된 미니창 형태로 바뀐다. 다른 앱을 띄우고, 다른 작업을 해도 그 상태로 위에 동동 떠 있게 된다. 나는 옆자리에 앉은 ‘물개녀’와 페이스타임을 시도해 보았다. 홈버튼을 누르니 정말 신기하게도 바로 화면이 축소된다.
물개와 앱스토어도 방문해보고.
물개와 함께 기어박스 기자들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취재 기사도 읽어본다. 뜻깊은 시간이었다. 유튜브 앱이나 일반 동영상 플레이어에서도 지원한다면 더없이 좋겠다. 그런 날을 기다려본다.
“이 얘기까지만 하고 마무리…”
소개하고 싶은 기능이 남아서 급하게 마지막 소제목을 달아보았다. iOS9으로 업데이트한 여러분 모두, 가상 키보드 위에 두 손가락을 함께 올려보시길. 키보드 안의 글씨가 모두 지워지고, 커서가 마구마구 움직이는 게 느껴질 것이다. 키보드 위에서 멀티 터치 제스처를 이용해 마치 마우스 같은 조작이 가능해지는 기능이다. 장문의 테스트 중 일정 영역만 선택해야 할 때, 화면 터치로는 어려웠다면 이 방법을 이용해보자. 손가락 두 개를 슬쩍 움직이는 것만으로 자유롭게 커서를 움직일 수 있어서 너무 편하다. 익숙해지면 게임처럼 재밌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배터리 효율의 개선. 최대 1시간 더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애플 측의 설명인데 이 부분은 아직 제대로 테스트해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배터리가 일정량 이하로 떨어지면 ‘저전력 모드’로 돌입하는 것도 변화의 한 부분. 상단 알림바를 내려보니 아이폰과 애플워치의 배터리 잔량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메뉴가 추가됐더라.
자, 이렇게 iOS9의 신비로운 세계를 급하게 학습해봤다. 마지막 소식은 애플이 ’iOS로 이동’이라는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었다는 것.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iOS로 건너온 이들은 이 앱을 이용해 연락처와 메시지, 사진, 동영상, 메일 계정 등을 손쉽게 옮길 수 있다. 다른 제조사엔 진작부터 이런 앱이 있었지만, 어쨌든 재밌는 시도다. 더 재밌는 것은 애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예시 컷을 보면 안드로이드 진영의 상징과도 같은 삼성 갤럭시를 두고 판매량도 저조한 HTC 사진을 걸어놨다는 것. 애플, 이런 깍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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