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작가 문정규의 37회 개인 초대전이 10월 1일부터 6일까지 대전의 우연갤러리에서 개최된다.
문정규 작가는 1980년대 대한민국의 퍼포먼스 아트(Performance Art)를 정착시킨 주된 멤버로써 전위(前衛)예술사에 기록된 작가이며 한국화단에서 탄탄하게 자리매김 하고 있는 중진작가이다. 그는 국내외에서 36회의 개인전-개인 초대전을 개최했고 회화, 퍼포먼스, 자연 설치미술 등 장르를 넘나들며 40여년을 그만의 독특한 예술 표현어법을 창조해가는 전위 예술가이다.
화가로 출발할 때부터 그는 줄곧 기존의 예술형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아방가르드 정신으로 무장해 온 그는 그러한 실험정신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며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의 형식과 내용을 끊임없이 변모시키고 있다.
이번 초대되는 ‘소망, 안과 밖, 넘나듦, 절편회화’의 회화작품들은 1998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왔으며 그의 화두는 그림의 가장자리에 존재해야하는 액자(프레임)를 그림의 내부에 위치시킴으로서 액자라는 역사적 관념을 낮설게 만든다. 여기서 액자는 신체로 말한다면 의상의 개념으로 비유된다. 이러한 스타일의 작품들로서 그림에 꽃이 액자 밖으로 튀어 나오게 함으로서 환상과 실제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를 허물고 그 자리에 ‘예술=환상=실제’라는 등식을 성립시킨 작품들이다.
그가 새롭게 추구해온 화면 구성은 작품의 액자에 대한 기존의 지각을 문제제기한 것이다. 그것은 유구한 서양미술사 속에서 수많은 화가들과 관람자들이 지각해왔던 작품의 프레임을 경계로 구분되는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 작품 공간과 현실 공간 사이의 엄연한 거리를 극복하는 지각적 상통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그는 동일한 작품 속에 작품 공간과 또 다른 현실 공간을 동시에 설정함으로써 관람자의 지각을 카오스의 상태로 몰아넣는다. 왜냐하면 그는 작품 공간에만 존재해야 하는 사물들을 또 다른 현실 공간으로 연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 그려진 사물들은 가상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각에는 그것들이 하나의 뜻밖의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에게서 독립적인 것으로 고착돼버린 두 공간 개념의 경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것은 내부 공간에서 외부 공간으로, 그리고 다시 외부 공간에서 내부 공간, 혹은 작품 공간에서 현실 공간으로, 그리고 다시 현실 공간에서 작품 공간으로 연장돼 가며 경계를 넘나드는 사물들에 대한 새로운 지각의 제시 혹은 기존 지각의 해체를 요청하는 것이다.
문정규 작가는 액자틀을 실제보다 더 실제같이 재현해 놓고 액자 밖에 있는 벽과 명제표까지 리얼하게 제시한다. 전시장에 이러한 작품이 걸렸을 때 안과 밖의 이미지들에 의한 피드백 현상이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일어나며 액자 외부에 있는 전시 공간 까지도 작품으로 수용되어 버린다. 그 결과 작품은 그려진 규격(공간) 자체를 벗어나 전시공간까지를 통합하는 환경 개념을 지닌 작품으로 확대 발전하는 ‘대상확장을 통한 공간확장’ 현상이 일어난다.
그의 회화작품들은 그 소재로 액자, 실존인물, 정물, 곤충, 풍경 등이 등장 하지만 어느 특정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정의 내릴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작품들에서는 비유적인 주제를 특이한 화면 구성으로 처리했다는 특징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액자’는 고정관념과 탈 고정관념 사이의 경계를 의미한다. 경계는 개인적인 생각, 인식, 습득된 모든 고정관념들의 경계로 신과 인간, 자연과 인간, 인간과 문명, 인간과 인간, 인간과 물질 등의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를 지칭한다. 이렇듯 작가 문정규의 예술세계는 정신미의 고양을, 전통적인 소재들의 이미지를 통해 현대적인 담론을 추구한다.
문정규 작가는 명신대학교 한국미술과 교수,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국제현대미술협회 회장, 아시아미술대전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저서로는 현대미술의 아방가르적 사고, 문정규 아방가르드의 시공간 여행 등이 있으며 문체부장관상,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