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 조작 스캔들로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폭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사임했다.
빈터콘 CEO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폭스바겐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면서 “나는 그동안 어떤 부정도 저지른 적이 없지만 회사의 이익을 위해 떠난다”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06년부터 약 10년간 폭스바겐을 이끌어온 빈터콘 CEO는 불명예 퇴진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폭스바겐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후임을 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빈터콘의 후임으로는 포르쉐 부문 책임자인 마티아스 뮐러, BMW에서 이적한 헤르베르트 디스가 유력한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빈터콘 CEO의 사퇴는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이 불거짐과 동시에 예고된 바나 다름없었다. 조작 스캔들로 회사가 입은 피해가 막대한 가운데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을 빈터콘 CEO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 폭스바겐은 이번 사태로 전세계에서 판매한 1100만대를 리콜할 위기에 놓였으며, 벌금과 손실에 대비해 65억 유로(약 8조6000억원)의 충당금을 준비한 상태다. 주가는 사흘 만에 35% 폭락했다. 올해 3월 고점(250유로)과 비교하면 58% 추락했다. 이 기간 사라진 시가총액은 611억9000만 유로(80조8천억원)에 이른다.
빈터콘 CEO는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그룹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2006년 그룹의 자회사인 아우디의 CEO에서 그룹 CEO로 승진한 이후 그룹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큰 피해 없이 견디면서 수완을 입증했다. 또한 CEO로 재직하는 동안 자동차 브랜드를 8개에서 12개로 늘렸고, 생산 공장도 두 배나 늘려 그 수가 현재 100여개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의 판매 증가율도 60% 이상을 기록했다. 올 4월에는 창업주 일가인 페르난디트 피에히 전 이사회 의장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승리하며 임기를 2018년 말까지 연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