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막힌 공유경제] 소비자는 좋다는데…‘미신고’ 우버·‘흰번호판’ 로켓배송 제동

입력 2015-09-25 09:49수정 2015-09-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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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버 서비스와 렌터카 택시영업 중단, 불합리한 택시악법 철폐 등을 촉구하는 ‘서울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한 참가자가 택시를 둘러싼 플래카드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국내에서도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던 ‘우버(Uber) 택시’와 ‘에어비앤비(Airbnb)’에 대해 우리 법원이 사실상 영업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손쉽게 운전기사를 부를 수 있는 우버 택시는 45개국 170개 도시에 진출했고, 여행자에게 일반인이 집을 빌려주고 이용료를 받는 에어비앤비 역시 190개국에서 활발한 이용이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이른바 ‘공유경제’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엄연한 불법영업이다.

현재로서는 이같은 국내 법률상의 규제가 해외 사업자의 진출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내수를 보호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의 새로운 혁신모델의 출연을 가로막고, 이로 인해 창업 시도를 무력화하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숙박업 미신고’ 에어비앤비 = 최근 서울중앙지법과 부산지법은 에어비앤비를 통한 숙박업은 법률에 위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례다.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을 하려면 관할 구청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서 위법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를 에어비앤비에 내놓고 손님을 끌어온 50대 여성에게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벌금 액수는 작지만, 숙박장소를 제공하고 돈을 받으면 불법영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앞으로 에어비앤비는 물론 유사한 서비스도 모두 불법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신고 위치정보 사용’, ‘불법 렌터카 운송알선’ 우버 = 우버 택시의 경우는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가 두 가지로 정리된다.

일단 판결이 선고된 사례는 직접 우버가 기소된 사안은 아니다. 법원은 우버와 계약을 체결하고 운전사를 제공한 렌터카 업체들에 200∼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적용 혐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이다. 현행법은 자동차 대여사업자가 사업용 자동차로 운송사업을 하거나 사업을 알선하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직접 우버가 당사자가 돼 재판에 넘겨진 사안은 신고를 하지 않고 위치정보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부분이다. 검찰은 지난 7월 우버테크놀로지 대표 트래비스 코델 칼라닉(39) 씨와 한국법인 오버코리아테크놀로지를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위치정보 이용 서비스를 하려면 상호와 사무소 위치, 사업에 쓰는 주요 설비 등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 사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국내 업체 반발…규제 적용으로 이어져 = 아직까지는 이러한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대부분 외국업체들이기 때문에 ‘작은 절차 규제로 큰 사업을 막는’ 효과에 대해 사회적으로 큰 반발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공유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흘러가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국내에서도 서비스 이용객이 늘면서 기존 숙박업체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에어비앤비 측은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숙소를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현지 법규에 관해 안내를 하고 있을 뿐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우버 택시 역시 기존 운송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우버는 기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치기반 서비스 사업자 신고를 마치는 등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우버영업금지법’ 입법이 가시화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버 관계자는 “한국법 규정을 준수하고자 하는 우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버를 한국에서 몰아내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버 측은 “전 세계와 한국의 급변하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향후 또 다른 기술이 등장할텐데, 소수의 편의를 위해 이러한 신기술의 혜택으로부터 한국 소비자들이 소외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국내 업체도 문제 현실화 = 국내사업자 중에서는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제공하는 ‘로켓배송’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새로운 서비스 형태를 현행 규제가 따라가지 못해 충돌이 발생한 사례로 꼽힌다.

‘로켓배송’은 고객이 쿠팡 홈페이지나 앱으로 구매하면 공짜로 24시간 안에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택배업계에서는 쿠팡이 판매하는 상품가격에 이미 배송가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유상운송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상운송으로 볼 경우 화물자동차 운송사업법상 허가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쿠팡이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노란색 번호판’이 아닌 ‘흰색 번호판’을 달고 배송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법제처에서도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이에 한국통합물류협회는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혀 결국 법정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보인다.

쿠팡 측은 로켓배송 사업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서는 투자금만 날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쿠팡 배송 트럭 번호판 색깔이 노란색이 아니라는 이유로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합법의 범주로 들어가려면 택배회사를 인수해야 하는데, 영업용 번호판은 하나당 1500만원이 넘은 프리미엄이 붙는 만큼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영업용 차량 부족도 심각해 인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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