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타이거 우즈(40ㆍ미국)의 몰락과 조던 스피스(22ㆍ미국)의 비상(飛上)’이다.
시즌 내내 허리 통증에 시달린 우즈는 PGA 투어 11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3회, 기권 1회 등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1개 대회 중 톱25 진입 경기는 3차례에 불과했다. 그나마 윈덤 챔피언십 공동 10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세계랭킹도 299위까지 밀려 더 이상 그에게 ‘골프 황제’라는 닉네임은 어울리지 않게 됐다.
우즈의 몰락과 스피스의 비상은 절묘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스피스는 시즌 초반 히어로 월드 챌린지와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US오픈마저 제패, 우즈를 이을 새 황제임을 입증했다.
특히 마스터스에서는 39년 만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 22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침착할 플레이를 펼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비록 메이저 대회 3연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디 오픈 챔피언십 공동 4위, PGA 챔피언십 2위에 오르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스피스는 올 시즌 25개 대회에서 메이저 대회 2개 포함 5승을 달성하며 상금순위(1203만465달러ㆍ약 143억원)와 평균타수(68.911타), 톱10 피니시율(60%) 등 주요 타이틀을 모조리 휩쓸었다. 또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페덱스컵 챔피언에 오르며 1000만 달러(약 120억원) 보너스와 세계랭킹 1위를 되찾았다.
하지만 새 황제 자리를 놓고 펼친 왕좌 쟁탈전은 이제 1라운드를 마쳤을 뿐이다. 제이슨 데이(28ㆍ호주)와 로리 맥길로이(26ㆍ북아일랜드) 등 20대 젊은 실력자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사실 ‘차세대 골프 황제’의 원조는 맥길로이다. 그는 올 시즌 PGA 투어와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를 병행하며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특히 PGA 투어에서는 12개 대회에 출전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매치플레이와 웰스파고 챔피언십 우승 포함 톱10에 7차례 진입했고, 톱25에는 10차례 드는 꾸준함까지 보였다. 세계랭킹은 3위로 마감했지만 스피스가 비상하기 전까지는 우즈를 대신할 가장 유력한 황제였다.
데이는 혜성처럼 나타나 전 세계 골프 판도를 뒤흔들었다. 올 시즌 20개 대회에 출전한 데이는 7월 중순까지 우승(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1회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RBC 캐나다 오픈과 PGA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플레이오프 1차전(더 바클레이스)과 3차전(BMW 챔피언십)을 우승으로 장식하며 페덱스컵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마지막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10위에 그쳤지만 스피스와 함께 시즌 5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이들 3인의 20대 실력자는 당분간 우즈가 없는 PGA 투어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각각 미국과 유럽, 호주 출신으로 3개국 3대륙의 자존심을 건 샷 대결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리키 파울러(27ㆍ미국)도 황제 다툼에 새롭게 가세했다. 시즌 초반 거품 논란까지 제기됐던 파울러는 21개 대회에 출전해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플레이오프 2차전(도이치뱅크 챔피언십) 우승 포함 톱10에 7차례 진입하며 거품 논란을 완전히 잠식시켰다.
우즈의 몰락과 함께 찾아온 20대 젊은 실력자들의 왕좌 쟁탈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피스와 맥길로이, 그리고 데이는 시즌 내내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뺏고 빼앗기는 접전을 펼쳤다. 곧 시작될 2015-2016시즌이 아직도 춘추전국시대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