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초원에서 닭이 뛰노는 사진과 함께 '방사', '자연주의' 등 표시가 된 고가의 달걀 상품 상당수가 사실은 공장식 축산에 의해 생산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녹색당,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등 3개 단체는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와 CJ제일제당을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과장광고 행위로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홈플러스의 'Green Life 방사 유정란' 포장지에는 초원에서 방목하는 닭과 농장의 사진과 함께 '방사 유정란은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암탉과 수탉이 어울려 낳은 생명을 존중한 안전한 계란'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더 안심 건강란'에도 초원에 방목 중인 닭·농장 사진을 배경으로 '맛있는 자연주의 프레시안'이라는 표시가 돼 있다.
이에 대해 카라의 김현지 활동가는 "지난주 일부 현장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두 회사 제품 모두 닭을 초원에서 방사하지 않고 있었고 홈플러스 농장에서는 평지에서 사육하는 평사 방식으로, CJ제일제당 농장에서는 배터리 케이지에 가둔 채 키워 달걀을 생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거짓 광고로 소비자를 속여 달걀을 더 비싸게 받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는 철창 케이지를 겹겹이 쌓아 올린 구조물에 동물을 사육하는 방식으로, 보통 가로 0.5m·세로 0.5m 철창에 암탉 6마리를 넣어 사육한다. 닭 1마리에 주어지는 공간은 A4 용지 1장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장서연 변호사는 "이번 공정위 신고는 그동안 기업들이 축산농장 동물의 사육방식에 대해 실제와 다른 허위·과장 광고로 부당한 이득을 취해온 관례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며 "공정위가 유사 사례에 대해서도 전면 조사해 개선할 부분을 개선하고 사육환경 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홈플러스는 이날 방사 유정란을 공급받는 전체 6개 농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모두 닭들을 방사해 키우는 것을 확인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안희만 홈플러스 부사장은 "파악해보니 동물보호단체에서 직접 축사 내부까지 들어와 사실을 파악하지 않은 채 축사 겉모습을 보고 방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알려 홈플러스의 명예를 훼손한 단체들에 대해 법적인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