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지도부 고속성장 부작용에 시 주석 집권 초부터 ‘反부패’ 집중… 경기둔화에도 대응 전무에 現지도부 신뢰도 급락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세계 경제에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떠오른 중국. 최근 수개월간 계속된 주가 폭락과 경제 둔화로 중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시진핑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대에서부터 현 시진핑대에 이르기까지 중국 최고 지도부는 나름의 성장 전략을 내놓으며 중국을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중국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공산당 내 권력 싸움, 부패 등 고질적 문제로 인해 개혁은커녕 지금까지 추구해온 성장 모델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진타오 집권 초기였던 2003년 5만여 건에 달했던 각종 불만 시위는 2012년에는 18만여 건으로 증가했고, 2003년 0.479였던 지니계수는 2012년 0.61을 넘어섰다. 지니계수란 인구분포와 소득분포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치로 0.4를 웃돌면 소득분배 불평등을 나타낸다. 부패도 심각해졌다. 2000~2009년까지 중국 부패 공직자가 해외로 빼돌린 금액은 2조7000억 달러(약 2997억원)에 달했다.
중국 정치 전문가들은 후진타오 권력의 한계가 이 같은 폐해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집권 초기부터 후진타오는 전 세대 지도자인 장쩌민 중심의 ‘상하이방’과 시진핑의 ‘태자당’에 밀려 실권을 장악하지 못했다. 이에 모범생적인 성향을 띤 후진타오의 리더십은 집권 내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후진타오로부터 바통을 건네받은 시진핑은 후진타오에게선 볼 수 없었던 ‘내강(內剛)’적 리더십을 보이며 중국 내부는 물론 전 세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경제가 이미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새로운 정상’을 의미하는 ‘신창타이(뉴노멀)’를 내세우며 경제보다는 내부 권력 다지기에 집중, 집권 초기부터 부정 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에 따르면 시 주석 집권 이후 지금까지 기율위반과 뇌물 수수 등으로 처벌받은 공산당원은 약 12만5000명에 달한다. 최근 인민해방군 30만 병력 감축 등을 언급하며 군사 부문에서의 부패 척결을 언급해 그의 반(反)부패 운동은 지속할 전망이다.
하지만 그의 반부패 행보는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부정부패 척결에 온 힘을 쏟다 보니 둔화하고 있는 경제에 대해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내부에선 시진핑의 독단적 의사 결정과 금융부문의 전문가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순리핑 중국 칭화대 교수는 “중국 정부의 중앙통제식 접근과 전문가의 부재가 중국 경제의 결정적인 약점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부패 척결을 위해 시진핑 정부가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이 과정에서 경제전문가들이 대거 숙청됐다는 것.
시진핑 지도부에 대한 불만은 지난 8월 발생한 톈진항 폭발 사고와 전승절 열병식에서 터졌다. 지난 8월 12일 165명의 사망자와 8명의 실종자를 낸 톈진항 사고는 안전 불감증, 관료주의 등 중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한순간에 터진 사고로 분석되고 있다.
폭발사고가 발생한 유독성 화학물질 창고는 창고 운영자의 인맥을 통해 규정을 어긴 채 설립됐고, 사고 희생자 대부분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계약직 소방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리판 중국 정치평론가는 “현 지도부는 집권을 시작한 이래 반대파 숙청을 위한 반부패 사정 사업에만 집중했다”며 “장기간 지체된 정치개혁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폭발사고는 정치체계 내 깊게 박힌 결함과 사고 여파에 대한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폭발사고와 관련한 유언비어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언론 등을 통해 확산하자 당국은 민심 안정을 위해 언론을 통제했다. 그러나 이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확산시키며 지도부에 대한 신뢰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스티브 창 영국 노팅엄대학 현대중국학부 학장은 “폭발사고에 따른 건강 위험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중국 인민들이 정부를 매우 비난할 것”이라며 “이는 당국과 최도지도부의 신뢰도에 막대한 손상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