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물 관리를 하청업체에 넘기는 과정에서 2억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KB국민은행 지점장에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8일 부산지방법원에 따르면 전일 KB국민은행 서초M지점장 윤모씨(53)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대한법률위반(수재 등) 건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5일 부산지검은 관련 혐의로 KB국민은행 명동 본점 구조화금융부를 압수수색했다. 윤씨와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국민은행 직원 최모씨는 베트남지점 파견을 사유로 내주 귀국해 수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윤씨는 국민은행 구조화금융부 부동산사업장 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건설사 영조주택의 명지퀸덤아파트 공사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회수 업무를 전담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는 분양권 담보물 관리를 위임한 ST네트워크 대표 김모씨로부터 용역비 인상 등에 대한 대가로 뇌물 2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T네트워크는 영조주택 사기분양 사태 당시 입주민 피해자와 분양 매물을 관리하기 위해 투입된 현장용역이다. 이들은 당시 퀸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입주민과 마찰을 일으키며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공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한 12개 금융업체와 건설사 영조주택은 지난 2005년 부산 퀸덤단지 공사에 5000억원을 대출하는 PF 계약을 맺었다. PF대출로 공사비를 조달할 경우 분양계약자들이 낸 돈은 우선 대주단이 고용한 신탁회사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2011년 4월부터 11월까지 영조주택은 85세대와 허위로 분양계약을 맺고 약 600억원 가량을 빼돌려 회사 내부에서 유용했다. 당시 윤호원 영조주택 대표는 사기혐의로 5년 실형을 선고받았고 회사는 파산했다.
파산 당시 대주단이 돌려받지 못한 채권규모는 1600억원 수준으로 대주단은 이를 영조주택에 속아 대금을 잘못 납입한 입주자들에게도 청구했다. 대주단은 담보물 관리업체로 ST네트워크를 고용하고 남은 분양 건들을 매매하는 한 편, 기존 입주민들을 불법 점유자로 간주해 법원에 퇴거명령요구서와 건물명도 청구소송을 냈다.
퀸덤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당시 입주자들은 영조주택에 속은 죄밖에 없는데 국민은행이 영조주택의 부실경영을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까지 모두 입주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원성이 컸다”고 말했다.
특히 윤씨가 받은 뇌물이 용역비 인상 뿐 아니라 분양가격 ‘후려치기’ 등의 대가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분양권을 공매할 때 수의계약을 맺는 경우가 있다”며 “그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수의 대상업체에 분양권 가격을 ‘후려치기’해 팔 수 있게끔 해주거나 각종 편의를 보장하고 뇌물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만약 신탁·담보관리 회사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담보물 분양권을 헐값에 매매하거나 공매로 처분토록 하는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간 소송전을 벌였던 입주민들에게도 대주단 측의 잘못을 드러낸 꼴과 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3년 대법원은 퀸덤 1차 아파트 사기분양과 관련해 미등기 입주민 8명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명도 청구소송에서 채권 은행단 측을 대리한 부동산 신탁회사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