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발목 잡혀 미국IB에 뒤처진다는 지적
유럽 투자은행(IB) 업계의 백전노장들이 유럽 IB 업계가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미국 은행과 대적할 수 있는 ‘챔피언’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서는 당국의 규제 강화보다는 정치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국 IB 바클레이스의 존 맥팔레인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경쟁할만한 유럽만의 ‘챔피언’이 없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맥팔레인 CEO는 “유럽 IB 업계의 챔피언을 육성하려면 주요 IB들의 사업부를 통합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매우 큰 고통을 감당해야 하며 정치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은행연합회 회장을 맡은 프레데릭 우데아 소시에테제네랄(SG) CEO는 “일부 ‘막강한’미국 은행들이 미국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바탕으로 전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데아 CEO에 따르면 미국 상위 5대 은행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 5년간 48%에서 59%로 늘어난 반면, 유럽계 5대 은행의 점유율은 35%에서 31%로 줄었다.
IB 업계의 대부들이 이러한 주장에 나선 것은 유럽연합(EU)의 규제 강화로 영업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IB의 실적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유럽계 IB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도이체방크 크레디트스위스 스탠다드차타드 HSBC UBS 등 유럽의 주요 대형 은행들이 부진한 실적을 감당하지 못해 감원을 추진 중이거나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최근 독일 정부가 EU 전역에 금융거래세 이른바 ‘토빈세’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토빈세는 주식·채권·외환 등 금융상품 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가 큰 금융상품 거래를 제한하는 제도다. 현재 28개 회원국 중 독일·프랑스를 비롯한 11개국이 도입에 합의했다. EU는 또 소매금융과 IB 사업을 이원화를 골자로 한 은행 구조개혁 강화 방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미국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지만, 유럽 IB는 역내 규제에 발이 묶여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데아 CEO는 “이같은 규제는 은행들이 자본시장에서 움직일 수 있는 활동 범위를 제약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규제가 미국 IB와의 경쟁에서 불공정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