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으로 돌아가신 줄 알고 20년 동안 제사를 지내드렸는데, 이렇게 뵙게 된다니 너무 설렙니다."
20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쪽에 있는 시아주버니 김주성(85) 씨를 만나게 되는 조정숙(79) 씨는 이 같은 소회를 털어놓았다.
김주성 씨의 동생이자 조씨의 남편 김주철(83) 씨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형 주성씨를 마지막으로 본 뒤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주철씨는 당시 나무에서 떨어져 오른쪽 허벅지 뼈가 부러져 강원도 청평시 양평리 집에 누워 있었다.
그때 형이 살구 3개를 건네며 밖을 힐끔힐끔 보면서 "난 지금 간다. 밥 잘 먹고 있어라"는 말을 전했다.
주철씨는 "밖에 누가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의용군으로 형을 끌고 가려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회고했다.
고향인 양평리가 수몰지구에 포함되면서 주소가 바뀌어 형제가 다시 만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아내 조씨는 "상봉 소식을 열흘 전에야 들은 것 같다"면서 "남편이 형 소식을 듣고 눈에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북측에 거주하는 가족들과 재회하는 남측 상봉 대상자 96가족, 389명 가운데는 이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사는 이순규(84) 씨도 남편 오인세(83) 씨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 이 때문에 37년 전부터 제사를 지내왔다.
그는 백년가약을 맺은 지 불과 7개월 만인 1950년 7월 임신한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남편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그는 "동네 사람이 10일만 훈련받고 보내준다고 데려갔는데 그 길로 헤어졌다"면서 오래된 놋그릇과 구두, 장기알 등 남편의 체취가 밴 소지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희(79) 씨와 가족들 역시 이번에 만나는 오빠 리상준(82) 씨가 사망한 줄 알고 제사도 지내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이번 이산가족 상봉의 첫 일정인 단체상봉을 통해 헤어졌던 가족과 꿈에 그리던 재회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