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금융위원회 정책국장 “주력 기업 채권 보유…민영화 아직은”
손병두 국장(행시 33회)은 국제금융과 국내금융까지 두루 섭렵했다. 서울대 국제경제과를 졸업 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제기구과장,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G20기획조정단장 등을 거쳤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서비스국장 등에 이어 올해 3월부터 금융정책국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대우조선해양은 내가 잘 모르니까 답 할 수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말을 아끼고 이미 공개된 내용을 벗어나는 답은 하지 않는 전형적인 기재부 관료의 모습을 보이던 그가 산업은행에 대해 묻자 단호하게 말을 이어갔다.
- 정부가 ‘금융개혁’을 강조하는데 금융개혁에 대해 딱 떠오르는 것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하는 금융개혁의 정의는 무엇인가.
▲ 청와대에서 핵심 개혁과제 24개를 추진하고 있다. 그 중 3가지가 금융과 관련된 내용이다. 첫 째는 금융권의 ‘보신주의’ 타파. 두 번째는 금융이 경제 혈맥 역할을 하는 것, 마지막으로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다.
우리가 금융권의 관리·감독 개선, 기술금융, 핀테크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보고를 하고 있으니, 이게 박 대통령이 중시하는 금융개혁이라고 보면 된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일 “지금의 금융개혁은 개혁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질타한 뒤 대통령과 정치권에서 금융개혁 진행에 대해 질타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동의한다. 금융의 내재적 특성 때문에 우리가 노력해도 분명 한계가 있다. 금융개혁에 대한 갈증들이 있으니까 그런 질타는 우리가 감수해야한다.
그러나 우리는 실천과제 중심으로 차근차근 가고 싶다. 과거 아픈 경험들이 있다. 금융개혁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난 1997년이다. 이 때 금융개혁위원회가 만들어져서 대대적으로 금융권을 뜯어 고친다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당시 여러 이슈가 있었는데, 금융감독기구 개편이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었다.
금융개혁이 시끄럽기만 하고 아무것도 손에 남는 것이 없게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있어 그런 말(금융개혁 더디다는 질타)을 존중하지만 실천가능한 아젠다를 부지런히 추진하는 것이 후에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곧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 혁신안 발표한다.
▲ 기업은행은 큰 내용이 없다 .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위주의 지원 기능을 하고 있다. 투ㆍ융자 보완하는 것 위주다.
산은은 금융개혁회의가 10월 29일에 있다. 회의에서 여러 주문 사항 있으면 반영하고 없으면 그날 브리핑한다. 10월 말 11월 초에 산업은행 기업은행 혁신방향 대해서 발표할 것이다.
- 산은 내부에서 민영화가 옳다고 한다.
▲ 산은 취직하면 제일 가고 싶어하는 곳이 IB 부서다. 정책 관련 부서는 인기 없다. IB, M&A 등 해외 근무 좀 하다가 다른 데 가길 원한다.
산은에 계신 분들은 본인들이 정책금융기관 입행했다고 생각 안 하고, 산은도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 안 한다. 민간에 산업은행의 특권을 얻고 나가고 싶어하는데 옳지 않은 생각이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 맞고, 거기에 걸맞는 역할 수행해야한다. 경제가 한창 무빙(호황)될 때는 정책금융 무용론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실패 경력 많이 남았고, 경제 상황이 불투명하면 공공분야가 역할을 해야할 부분이 많다.
산은 역할이 중요하다. 앞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시작한다. 산은이 과거 주력 기업들의 채권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걸 민영화해서 어쩌겠다는 건가. 이 부분에서 역할이 더 커질 지 모르는데 ‘금융의 삼성전자’라는 그럴 듯한 구호로 민영화 이야기가 나오는 건 맞지 않다. 내부에서 그런 이야기 하는 것은 더욱 옳지 않다.
- 산은이 했던 민간 역할이라 함은?
▲ (산은이)가계 대출도 했다. IB 기능은 정책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쪽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민간과는 다르게 하겠다는 말이다. 민간이 못 하는 부분 말이다.
- 산은의 기업구조조정 업무란.
▲ 기업 구조조정은 산은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산은이 구조조정한다고 떠안은 기업들, 투자했던 중소기업과 벤처들이 많다. 투자했으면 엑시트(Exit: 투자 회수)를 해야한다.
산은 자회사가 118개다. 물론 100개 정도는 중소기업, 벤처기업이다. 이들은 아직 매각여건도 안 됐고 비상장이라 여러 한계 있다. 그러나 (매각을) 어떻게 할 것인데라는 질문에 답이 없는 건 곤란하다. 매각 계획이 있어야 하니까 그런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
-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산은이 해야할 역할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 큰 기업들의 주채권은행이다.
- 범정부 기업구조조정 협의체 방향성은 어떻게 되나.
▲ 협의체를 구성한 이유는 개별 기업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다. 산업 차원 문제다. 과거 우리나라 주력 사업이라고 불렸던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이 다 어려움 겪고 있다. 그러나 산업 전체를 놓고 (기업을 살릴지 말지) 판단해야 한다. 개별 기업만 두고 판단할 수 없다. 똑같은 업종, 똑같은 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주채권은행에 따라 처리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어떤 은행은 고객 관계 때문에 온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고, 어떤 기업은 ‘우산뺏기’를 경험할 수도 있다.
은행들은 (기업지원에 있어) 고민스럽고 적극적이지 못할 수 있다. 구조조정 여부는 정부에서, 금융당국, 산업부, 기재부 등 부처들이 모여서 업종에 대한 전망 등을 병행해야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기간산업은 범정부 협의체에서 같이 (생사 여부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 곳에서 개별 기업을 죽일지, 살릴지 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 특정 기업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없다고 했는데, 각 업종마다 처리 기준, 대략적 방향은 나오지 않았나.
▲ 그것은 논의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하겠다고 발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산업 담당자는 그 기업의 재무 상태를 잘 모른다. 반면 채권단은 기업의 재무만 보고 산업 경쟁력은 잘 안 보게 된다. 협의체에서 우선은 종합적인 정보 교류를 한다. 해당 기업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중이라면 여기서 모아진 정보 바탕으로 채권은행이 (기업의 생사 여부를) 판단할 거다. 채권단이 보고 이 산업은 대충 지금 현재 상황과 전망이 어떠한지, 산업 안에서도 이 기업의 위치가 어떠한지를 바탕으로 기업의 처리 방향을 맞춰가는 것이다.
- 하필 신용평가 시기가 중소기업은 연말인데 대기업은 시기가 4~6월 사이다. 그 때 딱 총선 시기다.
▲대기업 신용평가는 신용공여가 500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대기업은 상반기에 정기적으로 신용평가 들어간다. 등급이 나쁜 기업들( C~D등급)은 워크아웃으로 갈지 자율협약으로 갈지 판단한다. 이게 통상적인 기준이다. 1~2년, 2~3년 단위로 엄격하게 보자고 해서 이번 가을에 또 하는 거다. 수시 평가 결과 지난 상반기에 C~D등급인 기업들이 몇 개 있었다. (이번 신용평가 결과) 아마 추가되는 기업이 있겠지. 이전에 괜찮으나 다시 보니 문제가 있는 대기업도 있을 수 있다. 중소기업은 원래 평가 기간이 지금이다. 원래 보던 기준보다 엄격하게 하고 있다. 11월 중에 결과가 정리가 되겠지. 안 좋은 상황에 놓인 기업들이 있다면 워크아웃, 자율협약, 법정관리 등을 채권단이 판단한다. 신용평가는 매년 해왔던 일이다. 달라진 것은 하나다. 대기업은 한 번 더 평가했다는 것, 중소기업은 더 엄격한 기준으로 봤다는 것이다. 대상기업이 추가될 수 있다.
-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종에 이슈가 많다
▲ 대우조선 이야기는 못 해도 조선업계는 반 정도 이야기할 수 있다. 조선 업종은 (우리 기업이)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톱 10 안에 여러 곳이 있다. 이들 기업끼리 주력 선종이 많이 겹친다. 해양플랜트 경우 해외에서 우리 기업끼리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돼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없지만 산업부 중심으로 이런저런 고민하고 있다. 범정부 협의체에서 큰 방향들이 정해져 나갈 것이다. 이에 따라 어려움 겪고 있는 조선사, 큰 곳은 대우조선해양부터 중소형 조선사들-STX, 성동조선-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논의될 것이다. 그렇지만 (협의체는) 대체적인 상황에 대한 정리 정도로 이야기 할 것이고, 해당 기업에 대한 처리까지는 이야기 못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