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층 UAE ‘부르즈 칼리파' 지어… 플랜트·인프라 입지 “이젠 초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층인 163층 보유와 분당 600m를 이동하는 최고속 엘리베이터 속도 기록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58개의 엘리베이터와 외벽을 덮는 2만9000여개의 커튼 월이 시공된 이 건물은 3일에 한 층씩 건설하는 최첨단 공법으로 완공됐다. 삼성물산의 건설부문은 정교한 엔지니어링은 물론 구조설계와 고강도 콘크리트 등 최첨단 건축공법 분야에선 ‘리더’로 불릴 만큼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동에 뿌리 둔 해외 진출 = 삼성물산의 중동을 시작으로 하는 해외진출은 지난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신원개발을 인수·합병해 해외진출의 기틀을 다진 삼성물산(당시 삼성건설)의 해외 첫 진출지는 이란. 이란의 수출입 전용항구를 건설하는 코람샤 항만 공사로 1975년 2월 신원개발에서 수주한 뒤 1977년 11월에 준공했다. 연인원 13만4000여명이 투입된 이 항만공사는 당시 이란 내에서 진행되는 공사 중 최대 규모였다.
리비아 진출 역시 신원을 통해서였다. 신원개발은 삼성물산과 합병하기 이전인 1977년 2월에 미수라타 장병주택공사를 수주하면서 리비아에 진출했다. 장교주택과 사병주택 등 총 400동을 건립하는 미수라타 장병주택 공사는 6개월의 끈질긴 수주 활동 끝에 이뤄낸 결실이었다. 당시 리비아는 미수교국으로 신변조차 보호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해외 진출이 절박했던 만큼 회사 측은 위험을 감수하고 1977년 6월 공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리비아의 국가원수였던 가다피가 예고 없이 현장을 방문했고, 다른 업체들과 달리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모습에 감동한 그는 밀린 공사 대금을 바로 지불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이에 삼성물산은 미수금뿐만 아니라 이후 공사대금의 조기지불 약속까지 받아내 공사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삼성물산은 리비아 초기 현장의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1980년 12월 미수라타 장병주택을 준공했다.
미수라타 장병주택 공사로 탄력을 받은 삼성물산은 장병주택 건축공사에 연결된 토목공사인 상하수도 및 도로포장 공사를 연이어 수주, 1982년 5월 완공해 삼성물산의 위상을 공고히 다져나갔다.
◇중동을 해외수주의 텃밭으로 = 중동 내 진출에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공사 수행 중 공사대금이 1년 이상 체불돼 공사 수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사실 이는 당시 리비아에 진출한 해외건설 업체들의 공통된 문제점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중동 내 대부분의 공사들이 중단되고 약 30여개 업체가 철수했지만 이 과정에도 삼성물산은 집념 하나만으로 유일하게 공사를 이어나갔다.
이후 삼성물산은 1979년 이라크 최대 국영 건설회사 SCCC로부터 움카슬 양곡 사이로 및 잔교 건설 공사의 기초파일 항타 공사를 수주한 데에 이어 같은 해 사우디아라비아 킹파이잘 메디컬시티 병원아파트 공사를 수주하면서 중동 내 영역을 확대했다. 이 전의 대부분의 해외공사가 신원개발에서 수주한 것이었다면 이를 계기로 삼성물산의 이름을 내건 본격적인 수주를 시작한 셈이다. 회사는 이 때부터 종합병원, 공항, 공공기관 등 다수의 공사를 수행하며 중동을 해외수주의 텃밭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삼성물산은 중동지역 건설전문지 ‘컨스트럭션 위크(Construction Week)’ 아랍어판에서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건설업계 톱50’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물산은 플랜트는 물론 철도·항만·지하철 등의 인프라 건설 등 기념비적인 사업 이력에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를 연이어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국내 건설업계 처음으로 해외건설 수주액 12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회사는 최근 말레이시아 국영 투자기관인 PNB 자회사가 발주한 8억4200만 달러(약 9500억원) 규모의 ‘KL 118 타워 프로젝트’를 수주, 세계적인 초고층 빌딩의 역사를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