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보유지분 15.25%로 낮아져…한화생명 오버행 이슈 해소·경영권 안정 기대
한화생명이 호전된 실적을 바탕으로 정부 지분을 지속적으로 줄이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29일 블록딜을 통해 자사주 6513만9750주(7.5%)를 5202억원에 취득키로 결정했다. 주당 매입가격은 8320원에서 4% 할인된 금액이다. 이번 지분 매입 자금은 2조2000억원 가량의 이익잉여금에서 사용된다.
블럭딜 대상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물량 가운데 일부다. 예보는 현재 한화생명의 지분 22.75%(1억9759만14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블록딜이 완료되면 한화생명의 자사주는 5%에서 13.5%로 늘어난다. 반면 예보의 보유 지분은 15.25%로 낮아진다.
한화생명이 5200억원을 투입해 예보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이유는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보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분 100%을 보유했다. 한화그룹에 51%를 매각하면서 지분을 축소해왔다.
예보는 지난해부터 한화생명의 주가가 공모가를 회복하자 블록딜을 추진해왔다. 공적자금을 회수할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보는 올해 3월 보유지분 가운데 2%인 1737만주를 주당 7680원에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하기도 했다.
예보는 남은 보유 지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하려 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상장 보험사들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너무나 저평가 받고 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대규모로 물량을 인수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내부적으로 예보의 보유지분을 자사주로 흡수하는 것이 근본적인 오버행 이슈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한화생명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3년만에 1918억원 규모의 자사주 2600만주를 매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오버행 이슈로 인해 한화생명의 주가는 공모가인 8200원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예보 지분이 전량 매각되더라도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호적이지 못한 FI(재무적 투자자)가 인수한다면 한화생명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작업으로도 보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 가운데 가장 좋은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한화생명의 가장 큰 리스크는 아직도 대주주가 불안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