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배당 확대 정책을 내놓고 있어 한국 증시가 '배당 꼴찌'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쥐꼬리' 배당으로 악명 높던 한국 기업들이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확대함에 따라 한국 증시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완화될 것이란 설익은 기대도 나온다.
다만, 기업들의 배당 정책이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점, 여전히 선진 기업의 배당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친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 삼성전자 등 줄줄이 '배당 곳간' 활짝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전날 발표한 주주친화 정책은 시장의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11조원대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과 함께 향후 3년간 프리캐시플로(Free Cash Flow·순현금수지)의 30∼50%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에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분기배당 제도의 도입도 검토한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당 성향의 확대 정도만 기대해온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이라며 "분기배당제 등은 대표적인 선진국형 배당 모델로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국내 굵직한 기업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배당 확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후 주주 배당 수준을 꾸준히 늘리겠다며 배당성향 15∼20%, 배당수익률 2%를 1차 목표로 제시했다.
SK는 지난 6월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연 기업설명회에서 배당 성향을 3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화재도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배당 확대 계획을 밝혔고, 포스코는 지난 21일 분기배당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현대차는 배당성향을 단기적으로는 15%, 중장기적으로는 25∼3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대표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따라서 최근 대기업들의 태도 변화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긍정적 시각 전환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은 외국인들로부터 오랫동안 지적돼온 문제"라며 "국내 기업 환경에서 삼성전자의 의미를 고려할 때 다른 기업들도 이런 주주환원 정책을 따라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국내 증시 저평가를 완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나중혁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긍정적인 변화"라며 "다만 실적이 뒷받침된 가운데 주주환원책이 나와야 제대로 된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배당성향 51개국 중 50위…"배당정책 연속성도 확인돼야"
그러나 국내 기업의 배당 수준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은 평균 17.46%로, 집계 대상 51개국(유로존 포함) 가운데 50위를 차지할 정도로 최하위권 수준이다.
한국보다 배당성향이 낮은 나라는 아일랜드(14.62%) 뿐이다.
배당 수익률도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1.5~1.6% 수준인데, 이는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또 최근 기업들의 주주친화 정책 강화가 정부의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정책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큰 만큼 연속성이 담보될지도 더 지켜봐야 한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이 이익의 일정 부분을 투자나 임금, 배당 등에 쓰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는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 때문에 세금을 회피하려고 배당 확대를 결정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라며 "일회성 배당 정책에 그칠지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이 지난해보다 많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며 "주주가치 제고 문제가 한두해 이슈화된다고 갑자기 크게 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