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의 화학 계열사 ‘빅딜’ 소식에 롯데케미칼이 급락했다. 3조원대에 달하는 인수 가격이 부담이라는 분석과 함께 인수 효과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며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30일 롯데케미칼은 전일대비 13.8%(3만8500원) 내린 24만5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을 각각 280억원, 460억원을 순매도 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롯데그룹은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를 3조원 규모에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삼성그룹의 삼성SDI 케미칼 사업,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총 3조2562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국내 화학업계 최대 빅딜이자 롯데그룹 창립이래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사례다.
이번 ‘빅딜’로 롯데케미칼은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90%, 삼성정밀화학 31.23%, 삼성BP화학 49% 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롯데그룹은 기존 유통에 이어 석유화학부문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우선 인수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SDI 케미칼의 적정가치는 1조~1조1000억원, 삼성정밀화학은 3400억원 수준”이라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최대 2조원이 적정하다”고 지적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2018년까지 4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해야 한다”며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인수에 3조원을 쓴다면 향후 3년간 7조원을 투자하는 셈으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는 아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최근 3조원 규모의 미국 에탄크랙커(천연가스 기반 화학 설비)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M&A와 만성 적자사업인 고순도 테레프탈산(TPA) 사업 구조조정이 현실화 하며 2016년 재무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수 효과에 대한 전망도 엇갈렸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인수를 통해 롯데케미칼이 얻게 될 이익이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며 “2조5000억~3조원을 투자해 PS(폴리스타이렌)·ABS(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타이렌)·PC(폴리카보네이트) 사업을 인수한다는 것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윤재성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 케미칼(ABS, PS사업부)은 원재료 BD(부타디엔), SM(스타이렌 모노머) 내재화로 이익률 개선이 가능하고, 삼성정밀화학은 이제 막 턴어라운드를 시작했다”며 “전반적으로도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롯데그룹에 지분을 매각하는 삼성정밀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전일대비 10.17%, 4.05% 내렸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한화그룹과의 거래에 이어 이번 빅딜을 성사시킴으로써 석유화학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