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페이인포 사이트 통해 16개 은행 신청·해지 가능… 소비자 은행 선택권 확대 및 은행 서비스 차별화 기대
30대 직장인 A씨는 급여 통장이 있는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 중이었다. A씨는 내집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확인하던 중, 자동이체를 일정 건수 이상 등록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해당 은행의 계좌에서 자동이체가 출금되도록 ‘페이인포(Payinfo)’를 통해 손쉽게 변경한 후 신규 대출 계약 시 우대금리를 적용받게 됐다.
40대 주부 B씨는 신용카드 이용대금, 가스비, 이동통신요금 등이 서로 다른 계좌에서 출금, 때때로 특정 계좌잔고가 부족해 미납 처리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러나 페이인포를 통해 여러 계좌에서 빠지던 자동이체를 하나의 계좌에서 출금되도록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이를 해결했다.
◇계좌이동제 본격 시행… 800조 ‘머니 무브’ 예고 = 지난달 30일 시행된 ‘계좌이동제’로 금융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다양한 혜택을 보게 됐다.
계좌이동제(계좌이동서비스)란 고객이 자동이체 출금계좌를 다른 은행의 계좌로 변경하고자 할 때, 기존 계좌에 연결돼 있던 여러 건의 자동이체 항목을 새로운 계좌로 간편하게 옮겨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계좌이동제는 금융 소비자가 주거래 계좌 변경을 위해 요금 청구 기관별로 기존 자동이체 출금계좌를 일일이 해지하고 새로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신한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우리은행을 비롯한 대형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모두 16개 은행이 참여한다.
현재 시행되는 서비스는 페이인포 사이트를 통해서만 이뤄지며, 내년 2월부터는 은행 각 지점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변경이 가능하다.
페이인포는 각 금융회사에 분산된 자동이체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금융 통합 인프라다. 은행 등 52개 금융사 계좌에 등록된 약 7만개 요금청구 기관에 대한 7억개 자동납부 정보와 은행 간의 약 5000만 개 자동송금 정보를 통합해 관리한다.
그동안 주거래은행을 변경하려면 카드사, 보험사, 통신사 등에 일일이 연락해 자동이체 출금계좌를 해지해야 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몇 번의 클릭만으로 해지 및 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다. SKT·KT·LGU+ 등 3대 이동통신사와 생명·손해보험사, 신용카드사와 관련된 자동이체 계좌를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특히 회원가입이나 비용부담 없이 공인인증서만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신규 계좌로 변경 신청하면 5영업일 이내(신청일 제외)에 바뀌게 된다.
금융권은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자동이체 시장의 격변을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이체 건수는 26억1000만건에 금액은 799조8000억원에 이른다. 800조원대에 이르는 거대 시장을 놓고 은행권의 고객 지키기 혹은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비자 편익 증대… 은행 간 경쟁 촉진 = 금융권은 이번 계좌이동제 시행에 따라 주거래 은행 선택권이 대폭 확대되는 등 소비자 편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이·신분 등 개인별 상황에 따라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가장 좋은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게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대 수십건에 달하는 자동이체 건수는 다른 은행으로 주거래 계좌를 옮기기 어렵게 하는 구속현상(Lock-in)의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은행 산업적 측면에서도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개발 등 은행 간 경쟁의 촉진이 예상된다.
먼저 일시적인 계좌 잔액 부족으로 미납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서비스가 제공된다. 예를 들어 고객의 계좌에 잔액이 부족해도 전기료, 통신료 등 미납 시 연체가 발생하는 공과금 성격의 자동납부가 출금될 수 있도록 일시 신용한도가 제공될 전망이다.
가족 단위 금융 혜택도 강화된다. 주거래 고객 본인에게만 제공되던 수수료면제, 예·적금 추가금리 등의 금융혜택을 배우자와 자녀에게도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멤버십 서비스도 도입된다. 은행뿐만 아니라 계열사에서 제공하는 포인트를 통합해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일례로 하나금융지주의 ‘하나멤버스’는 고객이 예·적금거래 이외에도 계열 카드사, 보험사를 이용할 경우 각 회사의 거래 실적을 통합 포인트로 관리해 현금처럼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출금도 가능하다.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신용평가에도 반영할 수 있게 된다. 개별 고객의 지급결제 실적을 신용평가 시 보조평가 자료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6개월 이상 공과금 등의 자동이체를 정상적으로 납입하는 고객에 대해 신용평가를 할 경우 가산점을 반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