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현대百에 인수 후 초창기엔 내리막길 걷다 반등 성공
국내 패션업계가 장기 불황에 발목 잡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 품에 안긴 한섬이 나홀로 웃음을 짓고 있다. 한섬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든든한 지원 아래 불황 타개를 위해 신규 브랜드 론칭과 매장 확대, 홈쇼핑·온라인쇼핑몰 진출 등 다각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선 덕분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지난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 품에 안긴 이후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섬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이 결렬되자 직접 정재봉 한섬 사장을 만나 M&A(인수·합병)를 담판 지은 정 회장이 지원군이다.
한섬은 현대홈쇼핑에 인수된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1년 984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3년 503억원까지 감소했고, 작년에도 전년 대비 9.2% 내린 456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정 회장의 특명 하에 시도한 다양한 사업전략이 올해부터 성과를 내고 있다. 1분기 17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49억원) 대비 18% 상승, 회복세를 타더니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9%나 오르는 결실을 맺었다.
하반기 실적 전망 역시 밝다. 한국투자증권은 한섬의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 증가한 1200억원, 영업이익은 30% 증가한 104억원(영업이익률 8.7%)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의 나은채 연구원은 “한섬은 브랜드 투자와 출점 효과가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섬은 현대홈쇼핑과 함께 홈쇼핑 전용 첫 자사 브랜드 ‘모댄(MOTHAN)’을 지난 9월 론칭했다. 작년부터 현대홈쇼핑의 전략MD팀과 한섬 홈쇼핑 사업팀이 뭉쳐 야심차게 준비한 이 브랜드의 출발이 순조롭다. 홈쇼핑 방송 편성은 1~2주에 1회가량 진행되고 있으며, 첫 방송부터 타 브랜드 대비 1.3~1.5배 정도 높은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모댄의 매출이 홈쇼핑 브랜드지만 한섬의 이미지에 맞고 고품질과 세련된 디자인을 적용해 고가 전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홈쇼핑과 한섬은 서로 협의하며 내년에 남성복 브랜드도 론칭할 계획이다.
현재 한섬의 브랜드 수는 2011년 12개에서 현재 30개 내외로 증가했으며, 매장 수도 2011년 390개 내외에서 연말 60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콘텐츠,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등 채널을 활용한 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를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더한섬닷컴’을 오픈하고, 온라인 패션 시장에도 진출했다. 한섬 측은 “소비자의 니즈와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소통 기능과 브랜드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