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도골프 LIS 투어챔피언십] 김태훈 우승보다 빛난 아버지 캐디의 훈훈한 배려

입력 2015-11-09 06:44수정 2015-11-0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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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코리안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 카이도골프 LIS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태훈(왼쪽)과 아버지 캐디 김형돈 씨. (KPGA)

“나이스 버디!” 격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세 번째 홀 만에 나온 첫 버디는 묵묵히 경기를 지켜보던 갤러리들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8일 충남 태안의 현대더링스CC(파72ㆍ7241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 카이도골프 LIS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3억원ㆍ우승상금 6000만원) 최종 라운드 챔피언 조 풍경이다. 단독 선두 박준원(29ㆍ하이트진로)에 한 타 차 2위로 출발한 김태훈(31ㆍJDX)의 첫 버디는 역전 드라마의 서막이었다.

4시간이 넘게 이어진 ‘빗속 혈전’의 승자는 김태훈이었다. 올 시즌 첫 우승이자 지난 2013년 8월 보성CC 클래식 우승 이후 2년 3개월 만의 생애 두 번째 우승이다.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그의 우승 소감엔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인사가 빠지지 않았다. 경기장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아버지였을까. 아니다. 이날 4시간여의 ‘빗속 혈전’을 함께한 캐디가 그의 아버지다. 3번홀(파4) 첫 버디 후 주먹을 맞부딪치며 김태훈을 독려하던 그다.

이날 김태훈의 드라마틱한 역전 우승의 숨은 공신이 있다면 그의 캐디이자 아버지 김형돈(54) 씨다. 아들의 골프백을 짊어지고 비바람을 헤치며 54홀(우천으로 3라운드 축소)을 걸었다. 바람을 체크하고 거리를 계산했고, 클럽을 챙기면서 아들의 기를 살렸다. 누가 봐도 그는 김태훈의 캐디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김태훈은 이날 지긋지긋할 만큼 끌려가는 경기를 펼쳤다. 16번홀(파5) 버디로 박준원과 동타를 이루기 전까지는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를 극복하고 파로 막으며 보기를 범한 박준원에 한 타 차 극적인 역전 우승을 확정지었다. 부자는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아버지 캐디의 세심한 배려가 만들어낸 승리다.

▲김태훈이 KPGA 코리안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 카이도골프 LIS 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6번홀에서 아버지 캐디 김형돈 씨와 퍼팅 라인을 확인하고 있다. (KPGA)

김 씨는 아들 김태훈이 주니어 시절부터 캐디를 맡았다. 2007년 프로 데뷔 이후로는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아들의 골프백을 맸다. 그렇게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두 사람 사이엔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다. 그 흔한 부자간 갈등도 사소한 말다툼도 없었단다.

“그냥 말 안하고 지내면 됩니다. 그러면 말다툼할 일도 없어요.” 아버지 캐디와의 궁합에 대해 묻자, 김태훈은 익살스러운 답변으로 웃음을 안겼다. 그의 말과 행동엔 늘 유쾌함이 묻어난다. 상대에 대한 배려심도 남다르다. 배려심 많은 유전자는 아버지 캐디에게 물려받았으리라.

김태훈은 이내 진지한 얼굴을 하며 “(아버지는) 경기장에 들어서면 저를 최대한 배려해주세요. 경기장에선 아버지가 아니라 캐디 역할만 하시거든요. 아마 경기장에서 아버지 역할을 하셨다면 저와 부딪히는 일이 많았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밝힌 아버지 캐디에 대한 솔직한 마음이다.

그에게 전문 캐디를 구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사실 올해도 (전문 캐디를) 구하려고 했죠. 그런데 아버지가 (제 캐디를 계속) 하고 싶다고 하셔서 올해도 하게 됐어요. 내년에는 모르겠어요. 아마 계속하시지 않을까요.”

김태훈은 오는 15일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퀄리파잉 토너먼트(QT) 3차 테스트를 위해 출국한다. 4차전까지 통과하면 내년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의 새로운 도전 무대에서 그려질 아버지 캐디와의 훈훈한 그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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