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에 대한 이해 없이 추진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의 수익을 감소시키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은 16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포장두부 시장에 미친 영향’을 통해 “적합업종제도는 철저한 시장분석을 바탕으로 보다 정교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포장두부시장을 예로 들며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두부제조업은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지만 적합업종 지정 후인 2012년에 들어서 매출액 상승세가 둔화됐고 2013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했다.
특히 “포장두부만 분리해 기업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2011년까지 꾸준히 성장해 오던 대기업들의 매출액이 2012년부터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세로 전환됐다”며 “중소기업 매출액은 제도 시행 전과 비교해 뚜렷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합업종제도의 근본 취지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유도하는 것인데 최근 중소기업 매출액이 정체되고 있는 현상은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제도의 취지가 달성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철저한 시장분석을 수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합업종 제도 시행 이후에 대기업의 국산콩 제품 비중은 낮아진 반면 수입콩 제품 비중은 늘어났다”면서 “수입콩 제품은 가격이 저렴해 매출액 제한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우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이어 “중소기업 판매량이 정체된 것도 대기업들이 수입콩 제품 비중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수입콩 제품 시장의 경쟁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소비자들도 제도 도입의 결과 월평균 약 24억원, 연간 약 287억원의 후생손실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위원은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누리던 후생의 약 5.5%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비자들은 국산콩 제품을 선호하고 OEM 제품을 기피하는데 도입 이후 국산콩 제품 비중 감소와 OEM 제품이 증가해 후생 감소를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대ㆍ중소기업 제품이 차별화돼 대채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업종은 신규 적합업종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