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1980] 추억에 빠진 대한민국

입력 2015-11-2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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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90년대 콘셉트 ‘응답하라…’ 열풍에 가전•패션•먹거리•게임 등 ‘예전 스타일’ 회귀

복고 열풍이 대한민국 시계를 1980년대로 다시 되돌려놨다. 복고 열풍은 단지 한 분야에 집중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가 마치 1980년대로 돌아간 것처럼 모든 영역에서 확산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특정 계층의 트렌드가 아닌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떠올리는 아이템으로 인기를 누리고, 젊은층은 호기심을 자극해 유행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복고 현상은 산업계로 퍼져 나가면서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소비자는 과거를 현재로 불러들이는 복고를 통해 위안을 삼고, 기업은 새로운 브랜드 출시비용을 아끼면서 제품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복고 열풍이 대중문화 분야를 넘어 먹거리와 패션·뷰티·식품·가전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치·경제 등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은 80~90년대의 향수가 현재의 주소비계층으로 자리잡은 30대와 40대는 물론 50대까지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10대까지 유행으로 번지면서 대한민국 모든 계층을 복고에 물들게 했다.

◇문화서 불지핀 복고, 대한민국 강타 = 2015년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들이 처한 현실의 반작용 현상이 복고를 갈망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는 2015년 대한민국의 현실에 담긴 경기불황과 구조조정, 그리고 ‘수저계급론’이란 신조어 속에 담긴 빈부격차 등이 복고를 갈망하는 촉매제로 작용한 것이다.

이 같은 현실과 맞물려 70~80년대 복고를 소재로 한 드라마·영화·뮤지컬 등은 일종의 탈출구 역할을 했다. 문화상품의 경우 그 시대의 음식·패션·생활 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복고 열풍의 주역으로 부각됐다.

처음 한 케이블TV 방송 프로그램에서 90년대를 콘셉트로 방송할 때만 하더라도 소수의 취향에 그치는 듯했다. 하지만 후속 시리즈인 tvN의 ‘응답하라 1988’이 인기를 누리면서 지금의 세대를 1980년대 추억으로 이끌었다. 복고 드라마인 tvN의 ‘응답하라 1988’은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업계는 수년째 복고를 소재로 한 영화를 꾸준히 개봉하고 있다. 2011년 ‘써니’와 2012년 ‘건축학개론’에 이어 올해 개봉한 ‘세시봉’에 이르기까지 과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뮤지컬에서도 복고는 하나의 테마다. 이산가족 찾기를 소재로 한 ‘서울 1983’이 지난달 개막했고, 1990년대 히트곡을 엮은 뮤지컬 ‘젊음의 행진’도 이달 무대에 올랐다.

디지털 음원이 자리잡은 음악시장에는 LP(Long Playing)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비단 문화 영역에만 복고 열풍이 부는 것은 아니다. 생활가전부터 옷, 먹거리, 놀이문화까지 생활 전반에 깊숙히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가정주부들 사이에서는 TV나 냉장고 등 생활가전에 과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 영역인 게임에서도 80~90년대를 주름잡았던 게임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먹거리에서도 복고 음식이 뜨고 있다. 복고풍 패션도 유행이다. 통이 넓은 나팔바지, 루스한 스타디움 재킷, 항공 점퍼 등 70~80년대에 유행했던 디자인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처럼 복고 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한 배경에는 사회적 환경과 맞물려 복고풍이 가지고 있는 양면적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같은 복고풍 아이템이라도 10, 20대는 처음 접하는 것으로 느끼고 30대 이상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로 받아들이는 있는 것이다.

◇산업계, 복고 마케팅 열기 = 최근 불고 있는 복고 열풍에 산업계도 바빠지고 있다. 기업들이 강력한 소비집단으로 떠오른 30~40대를 겨냥해 추억을 자극하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가전업계는 복고풍 디자인의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복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복고 제품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LG전자의 ‘클래식 TV’는 리모컨을 과감히 버리고 70~80년대 흑백TV에 있던 채널 로터리를 달았다. 모양새도 70~80년대 브라운관 TV와 닮았다. 이 제품은 최근 G마켓 TV부문 10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동부대우전자의 ‘더 클래식’ 냉장고는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월평균 1500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대유위니아는 최근 1950년대 가전을 떠올리게 하는 ‘딤채 마망’을 출시하며 복고 마케팅 대열에 가세했다.

게임업계도 30∼40대를 공략하기 위해 고전 게임 출시에 적극적이다. 넥슨이 출시한 스마트폰게임 ‘리듬엔조이’는 80년대와 90년대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최신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 게임이지만 게임이 풍기는 향기는 과거의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998년 출시한 리니지에 복고를 입혔다. 올해로 출시 17년째를 맞는 리지니에 초창기 게임환경을 구현해 유저들에게 제공하면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게 엔씨소프트 측의 설명이다.

유통업계도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로 돌아갔다. 신세계백화점은 개점 85주년 기념행사의 주제를 복고로 정했다. 광고 전단지와 쇼핑백에 1980년대 당시 글씨체와 로고를 넣고 백화점 엘리베이터에는 지금은 사라진 ‘엘리베이터 안내 담당’까지 배치했다.

롯데푸드는 1962년 국내 최초로 대량 생산을 시작한 아이스크림 ‘삼강하드’를 53년 만에 새로 선보였고, 해태제과도 ‘브라보콘 스페셜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내놨다. 올 초 뚜레쥬르가 출시한 찹쌀 도넛 ‘엄마랑 장볼 때 먹던 그때 그 도나쓰’는 8개월 만에 600만개가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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