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이 그동안 연말에 주최하는 연기대상과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불공정한 수상자 선정, 나눠주기식 수상, 중복수상, 공동대상 등을 남발해 상의 권위와 공정성을 바닥으로 추락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연예대상과 연기대상 시상식은 전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동네 잔칫상”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지며 폐지를 요구하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심지어 불공정한 수상자 선정으로 전문가들에게 “쓰레기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더니 지난해 급기야 황당무계한 수상자 심사행태까지 등장했습니다. 바로 MBC가 전대미문의 방식으로 대상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대상을 인기상으로 추락시켰지요. 스스로 상이기를 포기하는 행위였습니다.
2014 MBC의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의 대상 수상자 선정방식은 한국방송사에 남을 전무하면서도 희한한 것이었습니다. MBC는 한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빼어난 활약과 연기력, 예능감, 트렌드 선도, 대중문화적 의미 담보, 프로그램 기여도 등 다양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심사해 대상을 정해야함에도 가장 권위 있어야 할 대상을 시청자 투표라는 충격적인 방식으로 선정했습니다. 결과는 누구나 예상했듯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가 연기대상으로, ‘무한도전’의 유재석이 연예대상을 각각 수상했습니다.
물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청자의 의견을 대상 선정에 일정부분 반영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입니다. 한해를 결산하는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의 대상 선정에 인기도 역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청자 투표 결과로만 대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한해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활약과 그 활약의 의미, 연기력과 예능감 등을 전문적으로 평가해 투표하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 묻지마 투표를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시청자의 팬덤이 강한 인기 스타가 활약과 성과와 상관없이 대상을 받을 확률이 많은 것이지요.
하지만 대중문화상이 뭡니까. 대중문화상은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음악 등 문화상품과 연예인, 스타에 대한 품질·명성, 실력, 가치를 공적으로 인증(reputation)해 주는 기능을 합니다. 또한 대중문화가 상업성으로만 치닫는 문제와 부작용을 완화시키며 문화작품의 완성도와 문화적 의미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대중성과 인기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방송연예계에서 연기력과 예능감이라는 연기자와 예능스타의 본원적 실력·가치를 그리고 완성도와 독창성 등 본질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상황을 만들어 방송계의 질적 도약을 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문적 지식과 경력으로 무장한 대중문화 전문가들이 심사숙고를 해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을 하는 것이지요.
MBC는 2015년 올해는 제발 이렇게 중요한 의미와 기능을 하는 방송사의 연기 및 연예대상을 인기투표상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