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EXO)가 돌아왔습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은 ‘싱포유’(sing for you)입니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와 멤버들의 부드러운 보이스가 매력적입니다. ‘으르렁’과 ‘중독’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퍼포먼스도 없는데 계속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네요. 아이돌에 열광할 나이는 진작 지났지만 ‘역시 엑소!’란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개미들은 엑소 컴백이 그다지 반갑지 않은가 봅니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동방신기’ 최강창민과 ‘슈퍼주니어’ 최시원의 공백을 엑소가 채워줄 것”이라고 잔뜩 군불을 땠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차갑습니다.
최근 SM 주가 흐름부터 살펴볼까요? SM은 지난달 9일 실적 발표 후 내림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5만원에 가까웠던 주가가 한 달 만에 4만 1000원까지 떨어졌죠. 성적이 별로였냐고요? 아닙니다. 좋았습니다. SM의 3분기 매출액은 944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나 늘었습니다. 영업이익도 33% 증가한 187억원이나 되고요. 이미 3분기까지 벌어들인 돈이 2014년 일 년치 장사를 넘어섰습니다.
엑소가 실적 효자입니다. SM의 콘서트 수익 중 80%는 일본에서 발생하는 데요. 엑소는 데뷔 후 3년 7개월간 6번의 돔 투어를 통해 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습니다. 지난달 일본에서 발매된 첫 싱글 ‘러브 미 라이트’(Love Me Right)는 발매 첫 주만에 14만 7000장이나 팔렸고요. 동방신기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팬덤을 형성하고 있단 얘기입니다.
그런데 주가가 왜 떨어지느냐고요? 기관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습니다. 앞으로 실적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죠. 올해만 보면 호실적이지만, 기간을 좀 늘려보면 SM 성장 속도는 아주 느려졌습니다. 최근 2년간 매출 증가율이 10%도 안 됩니다. 이전 5년 평균 성장률인 49%와 비교하면 확실히 브레이크를 밟긴 밟았습니다.
‘거대시장’ 중국에서 SM 파워가 부족한 것도 한 이유입니다. SM의 나라별 매출 비중은 한국 56%, 일본 28%, 기타 7%인데요. 중국은 9%밖에 안 됩니다. 중국에서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 공동 기업체(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타올라라 소년’이란 현지 아이돌 프로그램도 제작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기엔 아직 부족합니다.
지난해 중국인 멤버였던 크리스(5월)와 루한(10월)이 팀을 탈퇴한 후 5만원을 넘나들던 SM 주가가 2만 3000원대까지 주저앉은 것도 이 때문이죠. 중국에서 이미지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겁니다.
‘스타 = 주가 호재’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스타 + 성장성 = 주가 상승’입니다.
이 바뀐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스타가 또 있습니다. 얼마 전 컴백한 ‘월드스타’ 싸이입니다. 그는 2012년 ‘강남스타일’ 열풍으로 YG엔터테인먼트를 주식시장의 트렌드 세터로 만들었는데요.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7집 타이틀곡 ‘대디’가 빌보드 핫100에 진입하고 유튜브 뮤직비디오 재생횟수가 5500만 뷰를 넘어서도 투자자들은 싸늘합니다. 4만 6000원을 넘나들던 YG엔터 주가가 신곡 발표 후 4만 2000원까지 떨어졌네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나온 어묵과 맥주에도 테마주 기사가 나오던 3년 전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물론 SM 주가와 엑소의 인기가 비례하는건 아닙니다. YG 주가가 떨어진다고 해서 싸이의 실력이 뒷걸음치는 것도 아니죠.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가격과 가치는 동등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비록 투자자들은 하나 둘 떠나고 있지만 엑소와 싸이를 향한 팬들의 사랑은 계속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