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게임을 ‘한류 2.0’ 동력으로

입력 2015-12-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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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용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

국내 비디오 게임산업이 급변하고 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게임 제국 코리아’를 선도하던 온라인 게임 대신 스마트폰 발전과 함께 모바일 게임이 고도 성장을 거듭하며 게임산업 선두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게임은 아시아 시장에 주로 진출했던 온라인 게임산업과 달리 북미와 서유럽 등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어 한류 2.0시대의 새로운 동력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은 그러나 지나칠 정도의 정부 규제로 인해 위축을 거듭하고 있어 규제 완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최근 발간된 ‘2015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국내 게임산업은 9조97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온라인 게임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5%,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29.2%였다. 2012년만 해도 온라인 게임이 70%, 모바일 게임이 8.2%였던 것과 비교해 볼 때 모바일 게임산업의 급증세를 쉽게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온라인 게임이 중국에 이어 2위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모바일 게임산업도 일본에 이어 2위에 진입, 국내 비디오 게임산업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비디오 게임시장의 변화는 모바일 게임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모바일 게임시장에서의 주요 게임 장르가 기존의 퍼즐, 카드, 스포츠 등 게임당 5분 미만이 소요되는 캐주얼(casual) 게임에서 적게는 서너 시간, 많게는 며칠도 걸리는 롤 플레잉 게임(RPG)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바일 게임에서의 롤 플레잉 게임은 게임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하드코어(hard core) 게임 대신 미드코어(mid core) 게임이라 불리고 있다.

미드코어 모바일 게임의 등장과 성장은 게임시장에서의 한국적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 비디오 게임산업에서는 주로 여성 게임 이용자들이 캐주얼 게임을 즐기는 반면, 남성 게이머들은 롤 플레잉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러한 정설이 온라인 게임 성장 당시부터 설득력이 없었다. 남녀 구별없이 모두가 온라인 게임의 롤 플레잉 게임을 즐겼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계속되고 있다. 2012년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신화를 일궜던 ‘애니팡’, ‘캔디팡’과 같은 캐주얼 게임도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기는 게임으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미드코어 게임인 ‘몬스터 길들이기’, ‘레이븐’, ‘뮤 오리진’ 역시 젠더 구분없이 모두가 즐기는 게임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 캐주얼 게임에서 미드코어 게임으로 급격히 손바꿈을 하고 있는 것은, 모바일 게임의 주역이 30대와 40대 직장인과 주부 등으로 바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온라인 게임 중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 등 롤 플레잉 게임을 즐기던 국내 게임 1세대가 30대와 40대 초반의 직장인이 되면서 이들이 모바일 게임의 핵심 세력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학생 시절 롤 플레잉 온라인 게임을 즐기던 이들이 직장생활로 인해 하드코어 게임을 하기는 시간이 부족하고, 캐주얼 게임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차에 모바일 게임사들이 정확하게 이들의 코드에 맞추어 미드코어 게임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사들이 차승원(레이븐), 하정우(크로노 블레이드), 이병헌(이데아), 장동건(뮤 오리진) 등 톱 클래스의 남자 배우들을 미드코어 게임 TV광고에 등장시켜 모바일 게임의 주요 소비자들인 중년 남성과 여성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최근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물론 모바일 게임의 성장이 두드러진다고 해서 온라인 게임 중심의 게임 문화가 쉽사리 사라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한국의 비디오 게임시장이 20여년간 온라인 게임 위주로 성장해 왔고, 전 세계적으로는 온라인 게임의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정부가 강제적 셧다운제나 쿨링오프제 등의 규제를 모바일 게임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확대할 경우 전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급변하고 있는 비디오 게임시장에 맞추어 탈규제와 지원책을 강화하는 것이 비디오 게임은 물론, 커뮤니티 형성에 배경을 둔 한국 특유의 게임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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