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특별 명예퇴직에 합의했던 KT 노조가 협상 과정에서 조합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책임을 지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2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박모씨 등 KT 노조원 226명이 KT노조와 위원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노조와 위원장 등은 박씨 등 노조원 1인당 20만~3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구조조정 협상 과정에서 노조원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노조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다.
KT노사는 지난해 4월 '특별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올 1월부터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근속 15년 이상 직원들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됐다.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KT는 이 합의에 따라 평균 51세, 근속연수 26년의 직원 8300여명을 명예퇴직시켰다. 회사를 떠난 노조원 박씨 등은 이 과정에서 KT노조가 사실상 '밀실담합'을 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KT노조가 합의를 하기 전에 총회를 열어 노조원의 의사를 반영해야 했는데, 이 절차를 어겼다는 것이다. 위자료를 떠나 소수 노조원의 절차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받겠다는 취지였다.
1심 재판부는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 역시 KT노조가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사실을 인정하고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총회 의결없이 정했다"며 같은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