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소프트의 압축 유틸리티 알집의 시작은 단순한 발상에서부터였다. “우리도 압축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요?”라는 한 신입사원의 한마디에 당시 이스트소프트는 “그걸 뭐하러 만들어” 라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99년 당시 압축 유틸리티라고 하면 누구나 미국에서 만든 윈집(WinZip)을 떠올릴 때였다.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는 개발자들과는 달리 일반인들은 윈집을 사용하는 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윈집은 영어로 돼 있어 영어에 서툴다면 세부적인 부분은 사용하지 못했다. 또한, 다양한 압축 파일 중 집(Zip)으로 압축된 것이 아니면 열리지 않는 문제점도 있었다. 컴퓨터가 대중적으로 보급된 시기가 아니었기에 일반인들은 압축파일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부족한 시대였다.
이스트소프트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글에 기반을 둔 압축 프로그램이 윈집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개발을 진행했다. 기본적인 구조를 완성한 뒤 외국 회사에서 구매한 소스코드를 수정해 버그를 잡아가며 알집을 개발했다.
1999년 7월 세상에 내놓은 알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빠른 속도로 윈집의 점유율을 넘어서고 현재는 그 격차를 더 크게 벌린 상태다. 알집을 출시한 지 2개월 뒤인 9월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기획하는 ‘지상 벤처마크’에 지원해 당시로서는 큰 금액인 2억2500만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11월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까지 진행했다.
알집이 이스트소프트의 기틀을 다졌다면 알약은 회사의 히트상품으로 불린다. 당시 안랩의 V3가 유료 제공을 고수하던 시기에 사용자들이 V3를 불법으로 다운로드하며 바이러스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이스트소프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렴하고 기능이 뛰어난 안티 바이러스 개발에 착수했다.
2006년 악성코드를 잡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비전파워와 파트너십을 맺고 2007년 알약 무료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알약은 1주일 만에 100만, 6개월 후에는 10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이스트소프트는 알집과 알약 이외에도 알씨·알송·알툴바·알드라이브·알백·알마인드·알캡처·알키퍼 등 알시리즈만 15개가량을 서비스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2013년 10월 자료에 따르면 알집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억2722만건을 돌파했으며 바이러스와 악성코드를 치료하는 알약은 9085만건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