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가치평가에 치중…인수 실패시 입지 좁아질듯
윤종규 KB금융지주 겸 국민은행장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통 큰 베팅에 나서지 못 한 이유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는 시각 차이 때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시가총액(21일 본입찰 기준) 대비 5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시했지만, 윤 회장은 30% 수준을 최대라고 봤다.
윤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 가격을 최대 2조원 수준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높은 금액으로 인수하면 향후 나올 수익과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실사 결과 2조원이 안 되는 매물인데 본입찰에서 경영권 프리미엄, 시너지 등을 모두 고려해 합리적으로 가격을 제시했다”며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르면 현재 6% 수준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4%대로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매각 지분의 시가총액은 본입찰이 진행된 21일 기준 1조5500억원이다.
KB금융지주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격(2조1000억원)은 시총 대비 약 30% 높다. KB금융 측은 시총보다 1조원이나 높은 금액은 무리라고 봤기에 평균적인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윤 회장이 CPA(공인회계사) 출신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사를 통해 판단한 숫자만으로는 M&A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론이다. 박현주 회장이 주목받는 것은 될수 있는 사업에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그만의 ‘사업 감각’ 때문이다.
앞서 KB금융지주는 외환은행, ING생명,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인수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KB금융이 다소 ‘사업 감각’측면에서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특히 대우증권 인수전은 윤 회장의 최대 현안이자 경영시험대였기 때문에 회장과 국민은행장 분리 압박을 다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는 사외이사의 반대로 경영진이 베팅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우증권의 경우 이사회가 윤 회장에게 전권을 일임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본입찰 전 이사회가 윤 회장에게 입찰 가격 범위를 넓게 줬고, 윤 회장이 이 범위에서 직접 결정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 이사회가 대우증권 인수 필요성을 공감했고, 경영진의 운신의 폭도 컷던 만큼 윤 회장은 인수 무산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선임한 김옥찬 KB국민지주 사장의 역할도 애매해졌다. 윤 회장은 일단 연말 인사를 통해 조직을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KB금융지주는 국민은행을 포함해 12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9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 만료된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국민은행의 경우 임원 14명 중 4명의 임기가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