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례없는 활황세를 보였던 글로벌 기업 인수ㆍ합병(M&A) 붐이 올해도 계속될 것인가.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세계적인 M&A 붐이 올해도 이어질 것인지에 주목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까지 글로벌 M&A 규모는 4조7000억 달러(약 5534조원)에 달했다. 이는 2007년 4조3000억 달러를 뛰어 넘어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 기업들은 글로벌 M&A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M&A 붐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0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합병은 63건에 달해 지금까지 사상 최고였던 2006년의 43건을 웃돌았다. 업종은 다양하지만 헬스케어 및 하이테크 산업이 특히 많았다.
지난해 대표적은 M&A로는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앨러간 인수(1500억 달러), 미국 컴퓨터 대기업 델의 스토리지 대기업 EMC 인수(670억 달러) 등을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강력한 경제 성장이 M&A를 부추겼지만 작년은 기업 인수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 대세였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어 WSJ는 미국 금융당국이 완화 정책의 정상화에 나섰지만 과거에 비하면 차입 비용이 여전히 낮은 수준인데다 주가도 비교적 높은 상태여서 기업들은 충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의 급락 등 거시 경제의 위협이 높아졌음에도 M&A 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했던 만큼 2016년 M&A 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활황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M&A 공동 책임자인 그렉 렘카우는 "한정된 유기적 성장, 저금리, 풍부한 채무 부담 능력, 적절한 전략적 합병에 긍정적인 주주 등 모든 펀더멘털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며 "2015년의 재현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물론 예상보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 M&A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 투자 의욕이 단번에 수그러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투자은행 관계자는 2015년에 발표된 M&A 중 마무리되기 전에 깨져 그 영향이 2016년 M&A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미 일부 M&A에 대해선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미국 당국은 미국 사무용품 소매 대기업 스테이플의 오피스디포 인수를 저지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은 미 반독점법 당국으로부터 제소돼 가전 사업을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한편 지난해 M&A 시황은 지역별로 격차가 컸다. 아시아 지역에선 급증한 반면, 유럽에서는 불과 14% 증가한 1조300억 달러로 2007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유럽에서는 재정, 경제적 고통이 기업의 신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딜로직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이 2015년에 합의한 M&A 건수는 3만9085건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해 사상 최고치였던 2011년의 4만5057건에 비해 상당히 적었다. 2015년에는 대규모 M&A가 많았지만 중소형 규모의 건수는 침체, 전체 건수 감소의 원인도 그 때문이라고 은행 관계자는 말했다.
대형 M&A 건수 급증이 중형 M&A 증가의 원인으로 보는 은행 관계자도 있다. 대기업은 필요하지 않은 자산 매각이나 분사를 추진하는데 이는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대형 M&A의 승인을 받고자 하기 위함이다. 사모투자회사는 지난해 기업을 인수하는데 상당히 고전했지만 인수 가능한 자산이 늘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2015년 M&A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대규모 M&A가 다른 M&A를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경쟁에 뒤질 것을 우려한 기업들까지 인수에 나서는 식이다.
싱가포르의 반도체 업체 아바고 테크놀로지스가 5월 미국 브로드컴을 37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는 등 반도체 업계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특히 잦았다.
7월에는 미국 의료 보험 대기업 아템이 바이시그나를 48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일이 있기 불과 3주 전 미국 의료 보험 대기업 에트나가 휴마나를 34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글로벌 M&A 담당 책임자 스티븐 바로노프는 "많은 산업 분야에서 성장을 실현하기가 어려워져 시장이 인수를 통한 성장을 꾀하는 것을 목격했다. 기업 경영진이 인수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작년에 M&A 붐에 참여하지 않은 산업도 2016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담배 업계에서 M&A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유가가 안정되면 에너지 업계에서도 M&A가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