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창기와 TV방송 초창기에는 창작극을 제외하고 희곡, 소설 등이 드라마와 영화의 원작으로 많이 활용됐다. 물론 소설은 여전히 최근까지 중요한 영상화의 원작으로 각광받고 있다.
TV와 영화의 발전이 이뤄지고 영상물 제작이 급증한 1980~1990년대에는 소설과 더불어 이현세, 허영만 화백의 작품을 비롯한 수많은 만화가 속속 영상화했다. 이후 인기 만화는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으로 각광받았다. 인터넷이 보편화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20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귀여니의 작품 등 인터넷 소설이 영상화의 단골 원작이었다. 그리고 2000년대 중후반 들어 웹소설과 웹툰이 큰 인기를 누리면서 웹소설과 웹툰은 드라마와 영화 심지어 연극과 뮤지컬의 원작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급증했다. 이 때문에 웹툰은 ‘대중문화의 젖줄’이라는 화려한 찬사를 받으며 원소스 멀티유스의 전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소설과 달리 만화와 웹툰을 영상화할 때에는 늘 논란이 제기된다. 바로 출연 연기자의 캐스팅에 대한 것이다. 지난 2006년 박소희 원작의 만화 ‘궁’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채경역에 윤은혜가 캐스팅되면서 제기된 엄청난 논란에서부터 4일 첫방송 한 순끼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치즈 인 더 트랩’의 홍설역에 김고은이 출연 결정되면서 증폭된 캐스팅 논란까지 이제는 만화와 웹툰의 영상화는 캐스팅 논란이 통과의례처럼 터져 나온다.
왜 만화와 웹툰 영상화 작업에는 필연적으로 캐스팅 논란이 제기될까. 만화와 웹툰은 문자로 된 소설과 달리 구체적으로 외모나 분위기를 그림으로 전달하는데다 만화가의 제약 없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공간적 한계 없이 만화의 인물들을 그려나가 완벽한 인물들을 상징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화나 드라마에 캐스팅 된 연기자와 원작의 주인공 모습과 비교를 하면서 캐스팅 논란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또한 10~20대들이 많이 소비하는 웹툰과 만화의 적지 않은 주인공은 현실 속에서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인물들이어서 영상으로 구현되는 캐릭터나 연기자에 대해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것 역시 논란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캐릭터를 잘 표출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력과 빼어난 연기의 세기를 보이면 방송 전 일었던 연기자 캐스팅 논란은 금세 사라진다. 즉 웹툰과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의 연기자 캐스팅 논란은 연기자의 캐릭터 체현과 소화여부, 연기력의 정도, 캐릭터의 영상물 기여 정도에 따라 사라지기도 하고 증폭되기도 한다.
4일 첫 선을 보인 ‘치즈 인 더 트랩’에서 홍설역의 김고은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캐스팅 논란을 잠재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