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인구절벽 위기 속 ‘엄마의 희생’ 만 강요하는 사회

입력 2016-01-0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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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의 한 카드회사가 ‘어머니의 날’을 기념해 가짜 구인광고를 내고 온라인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365일 일해야 하고, 월급도 없다는 말에 참가자들은 모두 어이없어했습니다. 그 직업은 ‘엄마’였습니다.(출처=유튜브)

이 직업은 무엇일까요?

조건1. 협상 및 인간관계 기술이 좋은 사람.
조건2. 의학, 재정, 요리 등 일인다역을 할 수 있는 사람.
조건3. 드물게 목숨을 내놓고 고객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음.
조건4. 주 7일ㆍ135시간 근무 필수에 휴일과 월급 없음.
조건5. 계속 서서 일해야 하며 밥 먹을 시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음.

어이가 없습니다.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아무리 먹고살기 팍팍한 ‘헬조선’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정도가 심합니다. 누가 보면 만우절 농담인 줄 알겠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이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일은 고되지만, 고객에 대한 마음은 그 누구보다 뜨겁습니다.

이 직업은 바로 ‘엄마’입니다.

엄마들은 자식 키우는 일을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3시간 쪽잠에, 끼니는 대충 때우지만 100일의 기적(신생아가 밤낮을 가리는 것)에 기뻐하고, 옹알이하는 아이의 모습에 감격합니다. ‘신이 모두를 살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을 숙명처럼 받아들이죠.

하지만 엄마도 힘이 듭니다. 사람이니까요. 똑같이 배우고, 똑같이 일하지만, 육아는 늘 엄마의 몫입니다. 쥐꼬리 월급에 살인적인 집값을 감당하며 아이를 키울 자신이 점점 더 없어집니다. 애 낳으라고 부추기면서 보편적 복지는 외면하고 있는 정부의 오락가락 출산 정책에 배신감마저 듭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1.21명밖에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연합뉴스)

지금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엄마들에게 병신년(丙申年) 세초부터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최악의 경우 이달 말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22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합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 4조원을 충당하라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습니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무상 공통교육을 말합니다.

그러나 경기, 서울 등 일부 시도교육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관련 예산을 ‘0’으로 책정했습니다. 인천, 충북, 부산 등은 예산을 삭감해 2~6개월 뒤면 곳간이 바닥난다고 합니다. 4조원 예산 가운데 지금까지 확보된 게 1조원 남짓입니다.

보육대란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시도교육감의 법적 의무다” vs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항인 만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싸움 만 벌이고 있습니다.

결국 또 피해는 엄마들의 몫입니다. 얼마 전 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동기에게 물었습니다. 만약, 누리과정 예산이 중단된다면 학부모가 한 달에 부담해야 할 돈이 얼마나 되느냐고요.

외부활동비, 체험비를 더하면 40만원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동기처럼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가정이라면 1년에 어린이집ㆍ유치원 비용으로만 1000만원 가까이 나가는 겁니다. 지난해 직장인 평균 연봉 3170만원(통계청)에 3분의 1 수준입니다. 부담이 큽니다.

(출처=SBS 다큐스페셜 '엄마의 전쟁')

엄마들은 애가 탑니다. 예비맘들도 애 낳기가 무섭습니다. 내년 임신 계획을 갖고 있는 저도 ‘딩크족(의도적으로 자녀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으로 살까?’를 고민합니다.

엄마들 목소리에 귀 닫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정부와 여야 의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 상황에서 애 낳을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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